"영원할 여운"..'자산어보' 이준익의 호기심, 설경구의 첫 사극, 변요한의 눈물[종합]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1.02.25 18: 24

"영원할 것 같은 강한 여운이 있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의 제작보고회가 25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와 변요한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끈끈한 호흡과 케미를 자랑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먼저 이날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연출에 대해서 “5년 전 쯤에 동학이라는 역사 속에 있었던 학문에 관심을 갖다가 ‘왜 이름을 동학이라고 지었을까?’라고 하다가 따라가다 보니까 서학이 있더라. 쭉 쫓아가다 보니까 너무나 훌륭한 인물이 많은데 나는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꽂혔다. 정약전이 가지고 있는 근대성을 영화에 담으면 재미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소원’ 이후 8년 만에 이준익 감독과 재회한 설경구, 그는 ‘자산어보’ 출연에 대해서 “몇 년 전에 영화제 무대 뒤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됐는데 무턱대고 ‘책 줘요’ 그랬다. 사극을 준비하고 계신데 아직 안 썼다고 하시더라. ‘나 사극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열흘 정도 지나서 책을 보내왔다. 그게 ‘자산어보’였다. 처음에는 좀 떨어져서 봤다”라며, “두 번째 봤을 때 조금 마음을 넣어서 봤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여운도 있고. 첫 리딩 때 감독님에게 ‘읽을수록 와 닿고 따뜻하면서 아프고 여운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이 책의 맛이다’라고 하시더라. 강한 여운이 있을 거다”라고 밝혔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통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게 됐다. 설경구는 사극 도전에 대해서 “전에 제안을 받았던 것 같은데 용기가 안 나서 그런지 ‘다음에 하자’고 한 게 이렇게 온 것 같다. 나이 들어서 이준익 감독님과 첫 사극을 하니까 이준익 감독님이라서 다행이다 싶고, 흑백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됐다. 한 번의 경험으로 여러 가지를 얻은 것 같다”라며 의미를 짚었다. 
이어 설경구는 ““처음에 긴장을 많이 헀다. 상투와 도포와 갓이 어울릴까했다. 믿음을 못 주면 신이 갈수록 믿음을 못 줄 것 같아서 주변에 많이 물어보면서 촬영했다. 주변에서 많이 용기를 줬고, 자연이 너무나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라고 사극 도전 소감을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의 사극 분장에 대해서 “설경구 배우가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다. 나는 매력적인 배우로만 알았는데”라며, “다들 영화 보면 알 거다. 어떤 컷은 ‘왜 이렇게 잘생겼지?’ 영화 생각 안 나고 설경구 씨 얼굴만 보인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극 중 설경구는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 역을 맡았다. 그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로,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설경구는 실존 인물인 정약전 역에 대해서 “정약전이란 선생의 이름을 내 배역으로 쓰기 부담스러웠다. 제목이 ‘자산어보’이기 때문에 정약전 이외의 다른 이름을 쓰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따라하거나 같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 못했고, 섬에 들어가서 이야기에 들어가서 섞이면서 나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변요한은 함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마음이었다. 변요한은 ‘자산어보’ 출연 결정에 대해서 “나는 선택이라기보다 우선 감독님과 같이 작품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책을 주셨고, 정약전 선생님이 설경구 선배님이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글도 좋다. 그럼 가야한다. 설경구 선배님은 두 세 번 읽었을 때 울컥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처음에는 울지 않았다. 그냥 ‘글이 좋다’였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맨날 울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약간 이 친구가 좀 과하다. 감정이 너무 꽉 차다 못해서 터질 것 같다. 그게 담겼다”라고 거들며 웃었다. 
변요한은 극 중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그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이다. 
변요한은 창대 캐릭터에 대해서 “우선 ‘자산어보’에 장창대라는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주셨다. 사투리를 구사해야 하고 어부니까 그 시대에 고기를 낚는 법도 알아야 했다. 준비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창대의 마음을 알자’라고 생각했다. 장창대가 보던 그 시대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지로 가게 되더라. 설경구 선배님과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을 때 시대를 바라보는 창대의 눈이 생기더라. 되게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자 이준익 감독은 “굉장히 겸손하게 말한 거다. 내가 정말 고마워하는 게 있는데, 기록에 있는 장창대는 짜증이 많고 기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대부분인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변요한 씨가 ‘이 인물이 짜증을 계속 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만들어보겠다’라고 하면서 현장에서 연기를 했다. 설명을 자세히하거나 말을 꾸며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몸으로 그걸 하는 거다”라며, “사실 정약전은 정약용의 둘째 형으로서 어떤지 자료가 많다. 창대는 서문에 이름 몇 개 밖에 없어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록에 없는 부분을 시나리오 상에서 만들어낸 거다. 그 와중에 변요한이 창대를 표현한 것은 하나의 온전한 인간을 다 채운 거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고마워했다. 
설경구와 변요한은 ‘자산어보’를 촬영하며 두 달 반 가량 함께 섬에 머물렀다. 그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설경구는 변요한과의 호흡에 대해서 “섬에서 두 달 반 있으면서 호흡이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가 없다. 촬영장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그 외 시간도 계속 같이 있었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지금까지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벗으로서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요한도 “이 작품이 끝나고 나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잘 놀다 가서 밖에다 소문을 많이 냈다. ‘설경구 선배님, 이준익 감독님 짱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눈 높이를 같이 맞춰서 같이 정말 잘했던 것 같다. 후배로서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잘 놀아주셔서 감사하다’다”라면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정약전을 통해 이 시대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 “보통 영화에서 시대의 인물을 그릴 때는 대부분 영웅, 위대한 분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유명하지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낸 어떤 사소한 개인 같은, 그런 사람의 모습과 주변을 그리다보면 그 안에 영웅보다 내가 있고, 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 시대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이 영화를 찍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변요한은 ‘자산어보’의 매력으로 ‘여운’을 꼽았다. 앞서 설경구도 “강한 여운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한 바 있다. 변요한은 “우리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여운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보고 싶은, 또 생각하는 영원할 것 같은”이라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영화를 만들면 목표가 관객들에게 좋은 영감이나 좋은 시간을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우리 영화가 여러분들께 조금이라고 마음의 힐링이 되거나 편안했으면 좋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의 재회, 변요한의 합류로 깊은 여운을 예고하고 있는 ‘자산어보’, 흑백 영화로 아름답게 태어난 정약전과 창대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지 관심이 쏠린다. 
‘자산어보’는 내달 31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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