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되고파"…'빛과 철' 박지후, 19세 배우의 당찬 날갯짓(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2.25 15: 25

 “아직 고등학생이다보니 공부에 소홀할 수 없다. 수업에 집중하면서 성적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몸이 피곤한 것 빼고 (활동과 병행하는 데)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배우 박지후(19)가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2019)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녀는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벌새’ 이후 첫 영화라 걱정했는데 평이 좋아서 감사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지후가 출연한 영화 ‘빛과 철’(감독 배종대, 제작 원테이크필름 영화사 새삶, 제공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공동제공배급 찬란)은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힌 두 여자, 그리고 고등학생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빛과 철’에서 박지후는 영남(염혜란 분)의 딸 은영 역을 맡았다. 

영남과 희주(김시은 분)는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서로 인연을 맺게 된다. 두 사람은 각각 피해자의 아내, 가해자의 아내로 엮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 있음이 드러난다. 박지후가 맡은 은영은 아빠에 대한 사랑이 크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자신만의 방식을 택한다.
이날 박지후는 “‘벌새’ 이후 작품이라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했는데 평가가 좋아서 감사하다. 아직 제 연기가 부족하지만 두 선배님들의 연기 덕분에 묻혀서 안심했다”며 “무엇보다 이 시기에 극장 개봉한 것 자체가 아주 기쁘다. 아직 1만 관객 돌파를 못했는데 곧 돌파할 것 같기도 하다.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후는 ‘벌새’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평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직 19세 청소년이지만 살아온 경험치에 비해 인물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폭이 깊다.
그녀는 “제가 밝은 캐릭터도 하고 싶은데 ‘벌새’ 은희, ’빛과 철’ 은영 같은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지금으로선 내가 밝은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왠지 모르겠지만 제가 사연이 있게 생겼나 보다.(웃음) 음울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제가 연기하기에도 이런 인물들이 연기하기에 조금 더 편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은영 캐릭터에 대해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그가 처한 상황을 짐처럼 생각했을 거 같다. 우연히 아버지의 공장에 가서 희주를 알게 되고, 그녀를 따라가고 집에도 간다. 서로 교감을 나누는데, 아픈 아빠와 병간호 하는 엄마 사이에서 희주를 의지한다. 그렇다고 마음을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빗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보인 거 같다. 그 나이라면 예상 밖 행동을 할 거 같다. 실제의 저라도 털어놓았을 거 같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은영은 생각보다 강한 아이다. 힘든 상황이지만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가족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인 거 같다. 학생임에도 아빠의 병간호를 하고 엄마를 돕는 모습에서 아주 강한 사람이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로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은영의 미래가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라고 묻자, “사고 후 2년 동안 은영이는 아픈 아빠를 방관하고 있었을 거 같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도 잘 못 어울리는 아이가 됐을 거 같더라. 저는 작품 전체를 보기보다 신마다 은영이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벌새’의 촬영을 마친 박지후는 배종대 감독에게 출연 제의를 받고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빛과 철’을 찍었다고 한다. “배 감독님이 ‘벌새'를 좋게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며 “저는 세 여성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게 좋았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계속 생각하며 느낀 그대로 연기했다”고 캐스팅 과정부터 촬영할 때 느낀 감정을 밝혔다. 
‘빛과 철’에서 은영은 아버지의 사고와 관련해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날 박지후는 “영화를 보신 많은 관객들이 ‘은영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예상하시던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은영이 부정적인 선택을 할 거 같지는 않다”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아이라 어딘가에 가서 마음을 정리한 뒤 다시 엄마, 희주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박지후는 “은영이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진실을 밝히려는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다. 매 장면 은영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실 관객들이 은영의 의도를 모르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그러나 박지후는 “처음에 ‘빛과 철’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어려웠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인물 각자의 상황과 양심으로 생각을 바꾸게 됐다. 제가 연기할 은영을 보니, 다들 침묵할 때 양심에 찔려서 그 상황을 견디기 싫어하는 아이 같았다. 진실을 말하려고 하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의도를 밝히지 않는 은영은 초반 희주의 곁을 맴돌고, 희주에게 아빠와 그녀의 남편이 연관된 사고에 대해 고백한다. 은영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뒤바뀔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한다.
‘빛과 철’의 장점을 묻자 박지후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이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빛과 철’은 제 십대의 마지막을 함께한 영화다. 멋진 두 선배님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 뜻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저는 ‘내가 만약 은영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봤다. 평소에도 제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 들키거나 애초에 숨기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예상을 해봤을 때 저도 은영처럼 똑같이 밝히려고 했을 거다. 고민은 했겠지만 엄마에게 말하고 어른들을 설득하려고 했을 거 같다."
박지후는 엄마 역을 맡은 배우 염혜란에 대해 “현장에서 너무 진지하시고 진짜 영남처럼 몰입을 하셔서 저도 은영에 몰입이 잘됐다”며 “촬영 이후 포스터 촬영에서는 모두가 밝게 임했다. 촬영 이후 더 많이 친해졌던 거 같다. 저도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올해 고 3이 된 박지후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론미디어학과나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다. 근데 막상 고 3이 되니 그런 과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연기에 좀 더 집중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연극영화과에 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대학이 큰 고민인데 고 3이라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대학 합격과 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는 박지후. “이 두 가지가 계속 고민이다. 근데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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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찬란,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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