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워지지 않는 '쌍둥이' 공백, 흥국생명의 6R는 '가시밭길'이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2.25 07: 03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쌍둥이 자매의 공백이다. 핵심 포지션인 세터와 레프트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통합우승이라는 흥국생명의 야심찬 목표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선두 흥국생명은 지난 24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6라운드 첫 경기서 0-3 완패를 당하며 2위 GS칼텍스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실패했다. 최근 3연승에 성공한 GS칼텍스와의 승점 차는 불과 3점. 오는 28일 장충 맞대결 결과에 따라 선두 자리가 내줄 수 있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흥국생명의 최근 6경기 1승 5패 부진의 주된 원인은 리시브와 토스 불안이다. 공교롭게도 학교폭력 파문으로 이탈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도맡았던 롤이다. 2월 5일 GS칼텍스전을 끝으로 모습을 감춘 이재영은 현재도 리시브 효율에서 레프트 2위(39.58%)에 올라 있고, 이다영 역시 세트 1위(세트당 11.05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올스타에 선정된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이 트로피를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국가대표 두 선수가 빠진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6년차 김다솔이 주전 세터로 나서고 있으나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에 기복이 심하며, 레프트진에서는 이재영을 대신할만한 자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리시브는 김연경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흥국생명은 V리그 여자부에서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에 속한다.
그래도 19일 KGC인삼공사전 3-1 승리로 백업의 힘을 과시했으나 이는 반짝 활약에 불과했다. 전날 기업은행을 만나 다시 리시브와 세트 플레이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초반부터 승기를 내줬다. 인삼공사전 30득점으로 적응을 알렸던 브루나의 11점(공격성공률 23.68%) 침묵도 주요 패인이었다. 김연경이 팀 최다인 19점과 함께 리시브 효율 50%로 분전했지만, 각종 변수를 홀로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단 5경기. 한때 10연승을 달렸던 2라운드까지만 해도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지만, 쌍둥이 자매의 이탈로 이제 1위 자리가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향후 6라운드 일정도 만만치가 않다. 당장 28일 2위 GS칼텍스를 만난 뒤 3월 6일 봄배구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를 상대한다. 9일에 만나는 현대건설은 최근 고춧가루를 이곳 저곳에 팍팍 뿌리고 있다.
흥국생명 세터 김다솔. /jpenws@osen.co.kr
결국은 세터와 레프트진의 백업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야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다. 경험이 적을 수록 패기가 넘친다는 말이 있듯이 코트에서 자신감을 갖고 과감한 승부를 펼칠 필요가 있다. 전날 기업은행전을 보면 김다솔, 김미연, 브루나 등 대다수 선수들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어려운 경기가 전개됐다.
박미희 감독은 "남은 모든 경기가 다 중요하다”며 “상대도 상대이지만, 우리 컨디션이 좋아야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특히 세터 김다솔이 부담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고 향후 반등 조건을 짚었다.
순위싸움의 분수령이 될 6라운드를 완패로 출발한 흥국생명이 과연 1위를 지켜내고 우승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쌍둥이 자매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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