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와 3개월 아들을 별다방은 왜 쫓아냈나[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21.02.24 17: 51

스타벅스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정부 방역 지침을 준수한 스타벅스 직원을 손가락질 하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단지 사람 살리자고 만든 규정을 지키려고 정작 사람을 먼저 보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싶을 따름이다.
최근 '자발적 비혼모'로 사회적 관심을 모은 사유리와 생후 3개월 아들 이야기다. 지난 23일 아침, 사유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지하에서 불이 났다. 그가 살고 있는 위층 창문까지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 성인 혼자라도 크게 놀라겠지만, 핏덩이 자식을 기르는 엄마에게 그 공포는 어떠했을지 상상불가다.
비상벨을 누르고 바로 뛰쳐나갔다. 도우미의 품속에는 아들이, 자신의 양손에는 애완견이 안겼다. 한겨울 추운 날씨 속이다.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경비실 앞 대피 소녀에게 자신의 다운자켓을 걸쳐줬다고 한다. 애를 낳고 키우다보면 누구나 자기처럼 했을 거라고 사유리는 자신의 SNS에 적었다.

품속 갓난아기의 입술이 추위로 떨리는 모습에 인근 유명 커피숍으로 피신했다. 아마 그 입구부터 따뜻한 온기가 엄마와 아들을 감쌌을 것이다. 그런데 별다방은 이런 위기 상황의 모자에게 원칙적인 규정만을 적용, 다시 거리로 내몰았다. QR체크? 코로나 시국에서 식음료 업장 출입시 당연히 거쳐야될 수순이다. 급하게 대피하느라 핸드폰을 못챙겼다는 게 사유리의 변이다.
어찌됐건, 대부분 다른 업소들처럼 별다방도 입구 안쪽에 출입자 수기 명부를 비치했다. 보통은 사는 지역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으면 통과되지만, 별다방은 신분증 확인까지 절차를 제대로 지킨게 오히려 문제의 발단이 됐다.
"화재때문에 빨리 나가느라 이모님이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갔다고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매장에서 못 마신다고 나가셔야한다고 했습니다. 입술이 파랑색이 된 아들을 보여주면서 제발 아들위해 잠깐이라도 실내에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사유리는 추가 글에서 규정을 철저히 지킨 그 직원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단, 규정만 보고 상황은 무시한 처사가 못내 서운할 뿐이다. 
아마 본인의 판단대로 사유리와 그 아들을 입장시켰다면 어떻게 됐을까. 원리원칙 중용의 별다방 주인에게 경고 먹고 파면까지 당했을지 모를 일이다. 별다방의 규모나 스타일로 봐서는 직원 교육부터 이런 '규정 우선과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주입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람 사는 모습이 가려지는 건 어쩔건데.
코로나 방역에 원리원칙대로 대응하는 별다방에 박수를 보낸다. 별다방 측도 '정부 방역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고자 노력한 부분으로 이해 부탁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물론 이해한다. 어찌됐건, 기자는 밥값보다 더 비싼 저 별다방의 쓴 커피가 별로 체질에 맞지 않았는데 이제는 인간미 떨어져서 자주 못마실 듯 싶다. /mcgwire@osen.co.kr
[사진] 사유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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