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일을 어떻게 징계하죠” 학폭 논란, 징계와 여론의 간극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1.02.22 14: 59

스포츠계에서 계속되는 학교 폭력 논란에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흥국생명 이다영과 이재영의 학교 폭력 폭로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과 폭행 논란이 배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도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났다.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은 2009년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한국전력)를 폭행했던 과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선수들은 결국 올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흥국생명은 이다영과 이재영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고, 송명근과 심경섭은 스스로 올 시즌 남은 경기를 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상열 감독 역시 잔여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이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cej@osen.co.kr

학교 폭력 논란은 배구계를 넘어 야구계까지 파장이 미치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 소속 선수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됐고, 수도권 2개 팀에서도 유명 투수 2명의 학교 폭력 폭로글이 나왔다.  
선수들이 가해 사실을 인정했던 앞선 사례들(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과 달리 최근에는 선수들이 해당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화재 박상하는 학교 폭력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한화의 의혹 선수 역시 "모르는 사람이다. 사실이 아니다"며 법적인 대응을 고려할 정도로 강하게 부인했다. 
학교폭력 논란에 해당 구단들은 난처한 입장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일단 박상하의 경기 출전을 정지시키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한화는 해당 선수의 훈련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동시에 진상규명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이 수사기관이 아닌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화는 “구단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해 본 결과 당사자들 간의 기억이 명확히 다른 점,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는 학폭위 개최 기록이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볼 때 안타깝지만 구단의 권한 범위 내에서는 더 이상 사실 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라며 사실관계 확인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교 폭력 논란이 커지자 일부 구단들은 선제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구단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선수에게 말로 학교 폭력 여부를 물어보는 정도가 전부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잘못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사과하라고 권유하는 정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폭력 논란이 터졌을 때 대응 방안도 구단의 고민이다. 석진욱 감독은 “징계는 구단에서 결정한 사안이고 나는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라면서도 “구단이 12년 전 일에 대해 어떻게 징계를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명확한 해답이 있다면 꼭 듣고 싶다”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다영 등 최근 논란이 된 선수들은 소속 구단에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대한배구협회에서도 대표팀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한국배구연맹의 징계는 받지 않았다. 학교 폭력과 관련해 징계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연맹은 새롭게 징계 규정을 만들었지만, 이미 구단 징계를 받은 선수들에게 소급적용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이상열 감독의 폭행 사례를 공개했던 박철우는 “이번 기회에 배구계, 한국스포츠계에 악폐습이 뿌리 뽑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가 한국스포츠계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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