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6경기 출전 포기' 이상열 감독 셀프 징계, '소나기 피하기' 꼼수에 불과하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1.02.20 20: 22

2009년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한국전력)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소나기 피하기'식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은 20일 "이상열 감독이 2020-2021 V리그 잔여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6라운드 남은 6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철우는 지난 18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 후 이상열 감독을 향해 "그분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하루종일 손이 떨렸다"며 지금까지 가슴 속에 묻어뒀던 심정을 작심 발언했다. 그는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2세트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최근 배구계를 덮친 학폭 논란에 더해져 비난 여론이 재점화되자 이상열 감독은 "과거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다. 또한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감독은 구단 측에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이 감독이 박철우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이상열 감독의 자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오는 21일 6라운드 첫 경기인 OK금융그룹 배구단과의 경기부터 출장을 하지 않는다. 그는 "다시 한번 박철우 선수와 배구팬들에게 12년 전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잔여경기 자진 출장 포기는 최선책이 아니다. 폭행 가해자인 이상열 감독 스스로 징계 수위를 정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과오는 인정하되 일정 기간 자숙 기간을 가진 뒤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꼼수에 가깝다. 
이 감독은 박철우 폭행 사건 이후 자격 정지 징계를 처분을 받았지만 2년 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복귀했고 경기대 감독과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4월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다. 
박철우는 “정말로 그분이 감독이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힘들었다.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면서 그동안의 심정을 밝혔다. 또 "배구가 이런 나쁜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싫다.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이상열 감독과 KB손해보험의 잔여 경기 출장 정지 발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잔여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이상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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