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의혹 부정한 박상하, 억울한 피해자인가…22년 전 폭로의 진실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20 05: 51

“선수는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19일 대전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을 앞두고 갑자기 불거진 ‘캡틴’ 박상하(35)의 학교 폭력 논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22년 전 학폭 피해 주장의 글에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피해자는 1999년 제천중 배구부 1학년 재학 시절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 그 무리의 주동자가 박상하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박상하가 사정없이 때려 기절했다. 오후 4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맞았다. 아직도 그떄 트라우마로 괴롭다”며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마음 속 응어리를 덜어내면 그만이란 생각”이라고 글을 올렸다. 

삼성화재 박상하./ksl0919@osen.co.kr

삼성화재 구단도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박상하와 면담을 갖고 사실 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박상하는 “학폭에 가담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배구계 학폭 이슈가 크게 번진 만큼 ‘의혹’만으로도 경기에 나서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박상하를 출전명단에서 제외했다. 
리그 최하위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화재. 당장 전력 손실이 크지만 사실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추가 내용이 확인되기 전까지 박상하를 빼기로 했다. 나아가 구단 차원에서 게시글 작성자와 대면 면담부터 구체적인 사실 확인에 나선다. 뒤로 감추지 않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1세트 삼성화재 박상하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 soul1014@osen.co.co.kr
박상하는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고희진 감독은 “선수 자신은 아니라고 한다. 왜 이런 글이 올라왔는지 모르겠다며 펄펄 뛰고 있다”며 “저도 선수들도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해서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지금은 만약보다 사실 관계가 우선이다. 결과가 나왔을 때 얘기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학폭 사건이 터진 이재영,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송명근, 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은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사실을 인정하고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4명의 선수 모두 소속 구단으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반면 박상하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선 사건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년 전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진실 게임’이 될 수 있다. 피해자는 코뼈와 갈비뼈 골절로 한 달간 병원 생활을 했고, 가해자들이 교내 봉사활동으로 징계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오래 전 일이라 병원이나 학교에 증빙 자료가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 주장만으로는 사실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 
배구계 학폭 이슈가 터진 뒤 여기저기서 폭로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과거 잘못이 있다면 엄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무분별한 폭로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만에 하나 선수가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면 가중 처벌이 불가피하다. 과연 박상하를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22년 전 폭로를 파헤쳐야 할 배구계의 현실이 씁쓸하다. /waw@osen.co.kr
1세트 삼성화재 선수들이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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