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 뒤흔든 ‘쌍둥이 스캔들’, 흥국생명은 누구를 탓하리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2.18 10: 13

모두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고 했다. 세계를 제패하고 돌아온 김연경과 이재영, 이다영의 쌍둥이 자매의 조우는 우승 트로피의 향방을 흥국생명으로 가리키게 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아니다. ‘어벤저스급’,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구축하고도 예상 외의 사태로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흥국생명은 더 이상 1강이 아니다. 독주체제는 이미 끝났다. 1,2라운드까지 10연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치고 나간 흥국생명이다. 3라운드 2승3패로 주춤했지만 4라운드 다시 5전 전승. 흥국생명의 시즌이었다.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실력 뿐만 아니라 ‘여제’ 김연경이 복귀를 했고 V-리그 최고의 스타인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한 팀에서 뭉쳤다. 리그 최고의 인기팀은 당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 졌다면 흥국생명은 V-리그의 인기몰이를 주도할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흥국생명은 배구판, 더 나아가 국내 스포츠계 전체를 뒤흔드는 스캔들의 중심이고 원흉이 됐다. 독주를 굳혀가는 상황에서 내부의 문제가 곪아서 터지기 시작했다. 선수단 내부의 불화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지난 7일 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소식까지 들릴 정도로 상황이 최악으로 변했다. 구단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경기를 마치고 흥국생명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jpenws@osen.co.kr

여기에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들의 과거 행태는, 한국 사회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을 받았다.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증언이 쏟아졌다. 정황이 확신으로 굳혀져 갔다. 결국 쌍둥이 자매는 10일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사건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두 선수의 사과에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울러 흥국생명 구단 역시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행태를 보이며 지탄을 받았다. 뒤늦게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여론은 싸늘함을 넘어서 분노 단계로 향했다. 이후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들의 대표팀 자격, 그리고 향후 지도자 자격까지 박탈시키는 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 아니 쌍둥이 스캔들은 배구판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여자배구 뿐만 아니라 남자배구 송명근, 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의 학교 폭력 폭로로 이어졌다. 그리고 흥국생명도 더 이상 1강이 아닌 상황에 놓였다.
지난 17일 2위 GS칼텍스는 한국 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승점 격차는 단 2점으로 줄었다. 흥국생명은 이 과정에서 4연패를 당하고 있다. 김연경이 분투를 하고 있지만 이재영, 이다영이 망친 분위기를 혼자서 수습하고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6일에는 IBK기업은행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내용은 역대 최악이었다. 최근 3경기 연속 셧아웃 완패이자 최다 점수차 패배 불명예까지 쌓았다. 41점을 얻고 75점을 내줬다. 41점은 올해 여자부 최소 득점 기록이기도 했다.
‘어우흥’은 옛 말이 됐다. 현재 흘러가는 판도 상으로 흥국생명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꼴이다. 이제 V-리그는 마지막 6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다. 흥국생명은 자신들이 꿈꿨던 세상을 구경하기는 힘든 상황. 그런데 누구를 탓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들 스스로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고, 사건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마저 걷어 차버렸다. 누구를 탓하기도 힘들다. /jhrae@osen.co.kr
26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경기에 앞서 진된 시상식에서 여자부 올스타 최다득표를 받은 흥국생명 김연경의 포토타임때 이다영, 이재영이 장난을 치고 있다.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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