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이제 보여줘야 한다” 이닝 관리 받은 새신랑, 자극한 한 마디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2.12 11: 32

“감독님께서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지 않나’고 그런 식으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롯데 자이언츠 3년차 영건 서준원(21)은 당초 롯데의 뒷문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를 꿈꿨다. 고교 선배인 한현희(키움), 심창민(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더 나아가 임창용(은퇴)이 그의 롤모델이었다. 프로 입단 전부터 서준원은 마무리 투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고 당찬 꿈을 밝혔다.
그러나 2019년 입단 당시에 손승락이라는 리그 최정상 마무리 투수가 버티고 있었다.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비췄지만 선발로 돌아섰고 선발 투수로도 의망을 봤다. 지난해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까지 진입했다. 지난해 31경기 7승6패 평균자책점 5.18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막바지에는 허문회 감독의 이닝 관리 정책에 따라 선발에서 불펜으로 돌아서며 시즌을 마무리 했다. 

롯데 서준원이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다. / dreamer@osen.co.kr

선발로는 20경기 7승5패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했고 불펜으로는 11경기 1패 평균자책점 6.75. 불펜에서의 기록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마무리 투수로의 꿈을 접고 선발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허문회 감독 역시 서준원에게 다시 선발 투수를 맡길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웨딩마치를 올리면서 새신랑 2개월 차에 접어든 서준원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보직 상관 없이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행복하다. 선발이면 선발 답게, 불펜이면 불펜 답게 목표를 생각하고 던지려고 한다”고 말하는 서준원이다. 
사실 지난해까지 서준원은 마무리 투수를 향한 꿈에 미련을 가졌다. 하지만 손승락이라는 거대한 산이 떠나니 김원중이라는 또 다른 산이 왔다. 그는 “(김)원중이 형 마무리를 할 줄은 생각 못했다. 손승락 선배님이 떠나셨지만 다시 큰 산이 왔다. 선발로 목표를 다시 잡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만큼 지난해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을 계획이다. 서준원은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끌고 가면 매 이닝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긴 이닝을 소화할 때 집중이 안 됐다. 제구도 들쑥날쑥했고 조기 강판 당한 적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데뷔 시즌에 공을 거침 없이 뿌렸지만 지난해는 되려 승부를 피해가는 장면들이 자주 목격됐다. 특히 좌타자들이 나왔을때 더욱 흔들렸다. 그는 “신뢰를 못 드렸다. 좌타자 상대하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면서 “데뷔 때는 서로 데이터가 없으니 아무 생각 없이 던져서 별 문제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가 축적되고 안 맞으려고 하다보니까 볼넷도 내보내고 투구수도 많아지면서 실점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고 반성했다. 
이어 “시즌 끝나고 연습할 때부터 좌타자 몸쪽 승부에 자신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보완 하고 있다. 체인지업과 투심을 다듬고 있다”며 “임경완 코치님께서 투심 조언을 해주시고 이용훈 코치님과도 면담을 하면서 어떤 점들이 부족한지 데이터로 짚어주셨다”고 전하며 현재 보완 과정을 언급했다. 
선배들의 조언도 더 새겨들으려고 한다. 그는 “지난해 (김)준태 형, (정)보근이 형 등 포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들떠있으면 가라앉혀주고, 가라앉으면 띄워주곤 했다”면서 “야수 선배들도 정신 산만하게 있지말고 집중해서 던지자고 많이 말씀을 하셔서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정을 꾸렸고 결혼 전부터 내조를 받았기에 의욕은 더욱 솟구친다. 아내인 부산시 체육회 소속 손다경 트레이너의 집중 케어를 받았다. 그는 “와이프가 밤낮으로 컨디션 관리를 해줬다. 비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비시즌 함께 체중 관리도 했다. 8kg을 감량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동료들이 원하던 때의 몸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는 “선배들이 고3 대표팀 시절의 몸을 원하시더라. 신인때 모습이었다”며 “나도 시즌이 끝나고 몸무게를 보고 놀랐다. 이제는 감량도 해보고 찌워보기도 했다. 젊었을 때는 조그만 변화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니까 어떤 것들이 내 몸에 맞는지 찾아나갈 계획이다”고 답했다. 
지난해 이닝 관리를 받은 만큼 올해는 구단도, 선수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젊기 때문에 저를 더 활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닝 관리를 해주셨다”면서 “감독님께서도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지 않나’고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저 스스로도 몸 관리를 잘해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해보고 싶다. 이닝 관리를 해주셨으니까 신뢰를 쌓고 더 보여드리고 싶다. 규정이닝을 채워보고 싶다”고 의욕을 다졌다. 
목표 의식이 생기면서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우애도 경쟁을 막을 수 없다. 그는 “사실 (이)승헌이 형이랑 정말 친하다. 하지만 팀 안에 선의의 경쟁 라이벌들이 있다. 정말 승헌이 형과 친하지만 경쟁에서는 양보하기 싫다. 선발 욕심이 나고 계속 던지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며 각오를 다시 다졌다. /jhrae@osen.co.kr
롯데 이승현과 서준원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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