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 단맛을 느꼈다' KT, 시작된 '강팀 DNA' 심기 [2020 KT 결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12.28 11: 02

“올해는 정말 누구 하나를 이야기할 수가 없네요. 팀 KT가 잘했어요.”
KT 위즈는 2015년 1군에 첫 선을 보인 뒤 첫 3년 간 최하위에 머물렀다. 4년 차 9위를 기록하며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약체’라는 이미지는 지우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KT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 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은 "선수단에 있는 패배 의식을 지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강철 감독은 '확실한 주전'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고, 철저한 믿음을 통해 팀을 만들어 나갔다. 계산과는 다르게 흘러간 부분도 있었지만, 큰 표류 없이 뼈대를 만들었다. '이강철호' 첫 해는 창단 첫 5할 승률(71승 2무 71패)을 만들면서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1년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KT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jpnews@osen.co.kr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KT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창단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싶다는 의지가 선수들을 감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5월에 개막한 가운데 첫 한 달은 10승 13패로 주춤했지만, 6월 이후 121경기에서는 71승 1무 49패(승률 0.592)로 같은 기간 승률 1위를 달렸다.
‘주전 선수를 확립하겠다’는 이강철 감독의 계획은 2년 차부터 확실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확실한 ‘베스트 9’이 생겼고, 경기마다 승리를 이끄는 영웅이 달라졌다. 멜 로하스 주니어는 타율 3할4푼9리 47홈런 135타점 116득점을 기록하며 타격 4관왕(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에 올랐다.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심우준은 타격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더불어 빠른 발을 한껏 과시하며 창단 첫 도루왕(35개)에 올랐다. 또한 주전 중견수로 발돋움한 배정대는 9월에 3차례 끝내기를 날리면서 KBO 월간 끝내기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KT 선발 소형준이 1회 투구를 위해 마운드로 향하는 가운데 야수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투수진 곳곳에서도 영웅은 나왔다. 신인 소형준은 13승을 거두면서 토종 투수 최다승을 기록했다. 신인왕은 당연히 소형준의 몫이었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 외국인 듀오는 25승을 합작했고, 배제성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로 완벽하게 선발 투수의 옷을 입었다. 여기에 주권이 불펜의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조현우, 유원상, 이보근, 김재윤 등 불펜진도 필요한 순간 제 역할을 해줬다.
KT는 시즌을 마치기 전 일찌감치 가을야구를 확정지었다. 가을야구에서 KT는 '가을 베테랑' 두산을 만나 1승 3패로 패배했다. 패배의 아쉬움과 함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라는 달콤함을 맛보면서 KT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성과에 대해 "누구 하나 잘했다고 할 수가 없다. 팀 KT가 잘했다. 또 코칭스태프와 전력 분석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분에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전임감독님들이 팀 토대를 잘 닦아주신 덕분에 지금의 KT가 있었다"고 밝혔다.
KT 구단도 이강철 감독에게 '통 큰 선물'을 안겼다. 가을야구가 확정되자 3년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의 재계약으로 화답했다. 연봉 5억원 이상의 계약은 우승 혹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감독만이 누렸던 '명장의 상징'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KT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이강철 감독은 내년 시즌 목표를 '우승'이 아닌 '재정비'를 내걸었다. 섣불리 우승을 위해 무리를 하기 보다는 올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팀이 장기적으로 더욱 탄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겨울도 바쁘게 움직였다. 트레이드로 투수 최건(21)과 2022년 2차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넘기고 내야수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을 받아왔다. 불안했던 내야 백업과 불펜을 동시에 보강하는 선택이었다. 미래를 내주고 현재를 얻는 트레이드였지만, 안정적인 팀 전력 구축으로 어린 선수들이 좀 더 편안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든 셈이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재계약에서 성공했지만,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던 로하스가 떠났다. 그 자리는 새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가 채웠다. 타격 능력이 뛰어나고, 야구에 열정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의 꾸준한 성장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즌 준비도 차근 차근 이뤄지고 있다. 또한 경험도 쌓일만큼 쌓였다. 이제 '강팀 DNA'가 잘 뿌리 내려지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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