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구경꾼 ‘엘롯기 동맹’, 효율 노선 추구하다 [오!쎈 이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12.14 13: 02

KBO리그 몇몇 구단들이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을 주도하며 잔칫상을 차리고 있는 상황에서 LG, 롯데, KIA의 ‘엘롯기’ 동맹은 나란히 약속이나 한듯 허리띠를 졸라매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관중 수입이 0에 수렴하고 큰 폭의 적자 상황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프리에이전트(FA) 정국이 시작되자 최근의 겨울 한파가 무색할 정도였다. SK 김성현(3년 11억 원), LG 김용의(1년 2억 원)에 잔류 계약을 체결했고 파장은 크지 않았다. 
최대어에 속했던 내야수 허경민이 두산과 4+3년 총액 85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두산의 통 큰 계약 제시에 파장은 컸다. 뒤이어 최주환도 두산과 4년 42억 원(보장 38억, 옵션 4억)의 계약을 맺었다. 최근 몇 년간 FA 시장 상황은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고 구단들 역시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지갑을 여는 데 주저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필요한 선수라면 한발 먼저, 과감하게 움직여 투자를 감행했다. 아직 시장 초기, 정수빈과 오재일 등 준척급 FA들이 남아있고 이들 역시 한화, 삼성 등과 연결이 되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 LG 차명석 단장-롯데 성민규 단장- KIA 조계현 단장(왼쪽부터) / OSEN DB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큰 돈 뭉치를 준비 했었던 LG, 롯데, KIA 등 대기업 그룹들은 올해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외부 FA 시장은 사실상 철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다. 
LG는 현재 내부 FA였던 김용의만 잡았다. 투수 차우찬의 잔류 외에는 올 겨울 큰 목표를 잡지 않는 듯하다. 2년 연속 특급 성적을 올린 에이스 케이시 켈리와 재계약 금액도 사실상 삭감됐다. 코로나19로 안 좋아진 구단 재정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고, 고통 분담에 뜻을 같이했다. 지난해 총액 15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지만, 올해는 총액 140만 달러로 줄었다. 보장 금액 역시 9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까지 낮아졌다. 
선수단 연봉 1위였고 매년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던 큰 손 롯데는 지난해부터 선수단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그룹 본사의 야구단 운영비 지원금이 줄어든 상황이고, 코로나19로 구단 재정에도 타격을 입었다. 대규모 방출로 선수단 구성을 육성 최적화로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안치홍을 2+2년 56억원에 영입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롯데 역시 사실상 FA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는 모양새다. 4년 150억 원의 계약을 끝낸 이대호와의 계약 규모만 고심하고 있다. 당장의 대권보다는 육성을 통해 3~4년 뒤의 성적을 구단 운영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FA 시장에서 최형우와 사상 첫 100억 원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KIA다. 지난해 내부 FA 김선빈을 잔류시켰던 KIA였고 안치홍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올해에는 허경민을 영입할 수 있는 유력한 팀으로 꼽혔다. 실제로 관심을 보였고 영입 의지도 강했다. 하지만 최형우의 잔류 협상,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 등의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더 이상 FA 시장을 둘러보지 않는 상황이다. 최형우를 영입한 이후에는 3년 동안 외부 FA 시장에 참전하지 않았던 기조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때 FA 시장을 주도하기도 했던 ‘엘롯기 동맹’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큰 손’의 지위를 내려놓고 구단 내부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