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27년 만에 첫 SF '앨리스', 현재에 안주하기 싫어요"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10.29 14: 04

활동한 지 25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앨리스'로 데뷔 후 처음으로 SF 장르에 도전한 배우 김희선의 이야기다. 
김희선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앨리스'에서 여자 주인공 윤태이 역으로 열연했다.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앨리스'에서 그는 윤태이 뿐만 아니라 박진겸(주원 분)의 엄마 박선영 역까지 1인 2역으로 열연했다. 2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 종영까지 1년 가까이 이어진 사전 제작 드라마 '앨리스'를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20년 넘게 이 일을 했지만 늘 할 때마다 불안하다"고 운을 뗀 김희선은 "그런데 '앨리스’는 캐스팅 되기 전에 감독님하고 주원 씨를 먼저 만나보고 왠지 더 정이 갔다. 같이 일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인간적인 면모를 더 먼저 봐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한 만남이어서 더 부담 없이 한 것 같다. '잘해야지’하는 부담감보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좋아서 부담없이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희선.

'앨리스'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평균 8~9% 대 시청률을 보였다. 최근 드라마 시장을 보면 동시간대 1위였던 데다가,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한 적도 있어 분명히 괄목할 만한 수치다. 그러나 과거 '토마토', '프러포즈' 등 많은 히트작에 출연한 김희선이기에 한 자릿수 시청률은 쉽게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정작 김희선은 "'품위 있는 그녀'로 종합편성채널 드라마를 하면서 2~4% 시청률을 보고 '멘붕'이 왔는데 이제는 적응됐다"며 웃었다. 그는 오히려 "적응할 때도 됐다. 욕심에는 15%는 넘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있는데 최근 방송된 드라마 중에 시청률 1위라고 하니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만족도 컸다"고 말했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희선.
그도 그럴 것이 '앨리스'에서 김희선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다. 우선 1993년 CF로 데뷔한 지 27년 만에 첫 SF 장르였다. 또 윤태이와 박선영, 1인 2역을 연기한 데다 양자역학을 통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20대부터 30대, 40대까지 한 작품에서 연기했기 때문. 극 중 20대를 연기할 때는 실제 김희선이 과거에 유행시킨 머리띠, 곱창 머리끈 등을 착용하고 등장해 향수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희선은 "사실 30대, 40대를 연기하는 게 편하더라"라며 "20대는 사실 생각도 잘 안 난다. 너무 오래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그는 "얼굴이야 CG로도 변화를 줄 수 있는데 목소리는 쉽게 커버하기 힘들었다. 오직 연기로만 표현해야 하는데 옛날에 제가 가졌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쉽게 안 나왔다. 그래서 목소리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그래도 연령대 별로 20대는 산뜻하게, 30대는 물리학 교수 윤태이의 모습을, 40대는 엄마 박선영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아무래도 제가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처한 상황이 비슷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G를 이용한 연기와 액션 연기도 김희선에게 새로운 분야였다. 그는 "첫 방송에서 미래에서 온 총을 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총이 CG로 만든 거였다. 촬영할 때 어떻게 그래픽이 입혀질지 상상이 안 됐고,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추측에 의해 연기를 하니까 한계가 있어서 어려웠다"고 고백하며 "그래도 너무 유치하지 않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더 나은 시도로 퀄리티 높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해 "생각보다 제가 정말 잘하는 것처럼 나왔다"며 감탄했다. 그는 "실제로 제가 그렇게 액션 연기를 잘하진 않았다. 그런데 효과음과 편집 덕분에 80%만 발휘해도 100%까지 채워진 것처럼 보이는 만족감을 줬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합이 중요한 거라 액션스쿨에 가서 며칠을 연습했는데 덕분에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희선.
그만큼 김희선은 '앨리스'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세계관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에 대해서도 "모성애랑 연관을 지어서 생각하니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대본을 여러번 보다 보니 오히려 '조금 쉽게 봐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했다"며 인물의 감정선을 강조했다. 그는 "박선영이 아들을 보면서 연기하는 부분이 매 장면 다 달랐다. 특히 우리끼리는 '노진'이라고 '늙은 진겸'이라고 한 미래에서 온 박진겸을 보며 박선영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찍을 때는 배 안 쪽이 쓰라릴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촬영이 끝나고도 주체가 안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후반에 남편 유민혁을 연기한 곽시양 씨랑 같이 찍는 장면이 있는데, 죽기 전에 아들을 잘 부탁한다며 녹음하는 장면이다. 그건 대본을 읽을 때부터 끝까지 못 읽겠더라. 남편, 아이 아빠한테 아이를 잘 부탁한다면서 편지를 주고받는 장면이었는데 곽시양 씨는 거의 눈물 콧물을 다 뺐다. 저도 녹음을 하는데도 목이 메어서 대사가 안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조금만 더 처지면 촬영이 중단될 정도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도 많이 울컥하고 컷 하고 나서도 자리를 바로 뜰 수가 없었다.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김희선은 윤태이와 박진겸의 관계에 대해서도 러브라인이 아닌 관계로 해석했다. 그는 "박진겸에게 윤태이는 엄마 박선영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라 엄마를 잃은 것처럼 똑같이 생긴 윤태이를 잃는 것조차 싫을 정도의 간절함과 애절함이 있는 거다. 윤태이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지켜주는 박진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지 러브라인까지는 느끼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백수찬 감독님께 고맙다. 처음에 저랑 한 약속을 다 지켜주셔서 고맙다"며 "SF, 시간여행,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저도 와닿지가 않고 어려웠다. 제가 도전하기에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최대한 쉽게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셨고 결정적으로 저와 윤태이, 박선영 두 캐릭터 면에서 약속하신 것들을 다 지켜주셨다. 촬영을 하다 보면 약속한 것들을 지키기 힘든 경우가 생기는데 그걸 세세하게 말씀하신 것까지 다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희선.
이처럼 새로운 도전을 마친 김희선에게 과거와 현재는 어떤 차이를 남겼을까. 김희선은 "20대엔 어떤 실수를 해도 용서를 해주셨다"며 웃었다. 그는 "20대엔 무슨 짓을 해도 어떤 실수를 해도 용서받는 게 있다. 그 나이에 해도 되는 짓거리가 있더라. 그런데 그걸 40대에 하면 매장 당한다. 20대에 제가 어떤 실수를 한다거나, 제 마음대로 어떤 짓을 하면 '철 없는 것' 하면서 용서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40대엔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20대가 그립다. 지금은 말 한 마디 잘 못해도 '나잇값 못한다’고 혼난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에는 조금 다들 냉정한 것 같다. 덕분에 더 나잇값 하려고 노력한다"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라는 말이다. 저도 제 선에 맞게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김희선은 "'앨리스’를 통해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건 다 보여드린 것 같다. 박선영 이전에 윤태이, 아이를 키우면서 보여준 박선영, 물리학자 윤태이까지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걸 한 작품에서 할 수 있는 한 다 한 것 같다. 제 나름대로는 만족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김희선이 이런 역할도 할 수 있었어?'라는 댓글을 보기도 했다. 그런 말씀을 해주실 때 '이번에도 나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좋은 글도 많고 좋은 글도 많지만 좋은 글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도전하는 김희선’이라는 글을 봤는데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아직도 도전한다는 글을 봤을 때 특히 감사하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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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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