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취미로"…'종이꽃' 김혜성, 데뷔 16년차 배우의 '단호박' 철칙(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0.19 13: 54

 여리게 보이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는 배우 김혜성(33)은 매력적인 얼굴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 중이다. 자신만의 단호한 철칙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영화 ‘제니 주노’(2005)를 시작으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영화 ‘포화 속으로’(2010), ‘글러브’(2011), ‘퇴마: 무녀굴’(2015), 그리고 드라마 ‘매드독’(2017)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인지도를 쌓아온 김혜성은 영화 ‘종이꽃’(감독 고훈)으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한뼘 더 키우게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 경험을 쌓으며 필모그래피를 늘려온 그는 “이제 예전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생각한다. 과거엔 연기를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취미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반짝이는 열정을 내비쳤다. 유난히 날씨가 좋은 10월 19일에 만난 이 배우의 밝고 화창한 속내를 전한다.

김혜성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종이꽃’(제작 로드픽처스 스토리셋, 배급 스튜디오보난자)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저 스스로에게 자학을 하다 보니 별 도움이 안 된 거 같더라”며 “연기를 나에게 도움이 될 취미로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혜성이 출연한 영화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 지혁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안성기 분)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 은숙(유진 분), 노을(장재희 분)을 만나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그는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윤지혁을 연기하며 안성기와 부자로 호흡했다.
그는 “지혁은 제가 갖고 있는 심정과 비슷했을 거 같다. 이 일을 하면서 남들과 비교하면 자포자기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그간 느꼈던 안 좋은 감정들을 꺼내서 지혁에게 대입을 했다”고 털어놨다.
“계속 (연기와 인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 같다”는 그는 “어릴 땐 안 그랬는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더 걱정이 많아졌다. 지혁이의 마음과 100% 똑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혁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해진 인물로,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하루하루 불행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은숙을 만나면서 희망을 갖기 시작한다.
영화 스틸사진
걸그룹 SES 출신 배우 유진(40)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정말 밝은 누나라 편하게 했다. 제게 맞춰주면서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케미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거 같다”고 밝혔다. 
유진에 대해 그는 “유진 누나의 외모가 너무 예뻤다. 사실 얼굴을 보고 놀랐지만 외모보다 성격이 더 좋으신 거 같다”라며 “만나기 전엔 왠지 깍쟁이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지내고 보니 전혀 그런 게 없다. 잘 맞춰주시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대선배 안성기(69)가 출연의 이유가 됐다는 김혜성은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다. 감독님과 촬영 장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랬다”며 “어쨌든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배우나 연출자 입장에서도 서로 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말하는 데 있어서 (안 친한 사람과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래서 연출자의 입장에서 저를 불편하게 느끼셨을 거 같기도 하다. 선배님의 그런 점을 보고 다시 생각하며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성기 선배님과 안는 장면에서 뭉클했다. 그 장면을 찍었을 때 슬프기도 하면서 아버지의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안는 장면에서, 선배님이 크시지만, ‘왠지 아버지로서 작게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 멜랑꼴리한 기분이 들었다”고 답했다.
영화 스틸사진
김혜성은 “제가 실제로 표현을 잘 안 하는 아들이다. 근데 아버지는 지겨울 정도로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하시면서 끊을 때도 ‘사랑한다’고 하신다. 제가 그렇게 해야하는데…사실 아버지도 안아드린 적이 없다. 아버지에게 표현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될 거 같다”고 밝혔다. “사랑이 많으시고 헌신적인데 제가 적응이 안 된다. 불편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예능 울렁증’이 있어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예능 하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거 같다. 나가서 같이 부대끼고 해야하는데, 어떻게 처음 본 사람과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김혜성은 MBC 예능 ‘라디오스타’,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바 있다. “같이 간 분들과 친해서 그런 거지 저는 처음 본 사람들과 (게스트로 나가면) 말 한마디도 못한다”고 자신의 성격에 대해 밝혔다. “낯가림을 못깬다. 한결 같이.(웃음) 그래서 욕을 많이 먹고 있다.(웃음)”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 집에 있으면 가만히 있고, 멍 때리는 걸 좋아한다. 예능에 나가면 ‘노잼’일 거 같다(웃음).”고 예상해 웃음을 안겼다.
2005년 연기를 시작해 햇수로 데뷔 16년차에 접어든 김혜성. 활동 초반에는 인기와 작품에 대한 압박과 부담을 느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니 배우로서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한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무게감이 점점 커지는 거 같다. 근데 그런 것보다 가족,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한다. 부끄럽지 않게 살려면 내가 하는 일을 조금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저의 가족을 보면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가족들이 열심히 사니 그런 걸 가깝게 느끼는 거 같다. 부모님에게 잘 해야한다는 생각도 속으로는 한다. 표현이 잘 안 되서 그렇지 저도 효자다. 부모님에게 표현해야하는 게 그냥 부끄럽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 스틸사진
그러면서 “올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에게 더 전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혹시라도 전화가 안 오면 ‘왜 안 오지?’ 싶어서 제가 먼저 하려고 한다”고 달라지려는 부분을 전하기도 했다.
반려견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김혜성. 그는 “‘개아빠'가 돼서 강아지를 위한 삶을 산다”며 “밖에서 놀다가도 강아지를 위해 집에 일찍 들어간다. 3년째 단 하루도 (개와 산책을)안 나간 적이 없었다. 촬영할 때도 30분씩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나간다. 태풍이 와도 나간다. 하루에 세 번은 반드시 나간다”고 자신만의 독특한 철칙을 전했다. '개아빠'로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
김혜성은 연애에 관한 얘기도 솔직히 털어놨다.
“연애는 안 한지 오래됐다. 강아지랑 있다 보니 딱히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예전엔 연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안 들더라. 철저하게 최선을 다해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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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드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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