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노감독도 춤추게 만든 '예고 홈런'…2.6% 기적 꿈꾸는 '악당' 휴스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6 20: 02

“경기 끝낼게.”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0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차전. 3-3 동점으로 맞선 9회말 휴스턴 애스트로스 공격에서 카를로스 코레아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게 ‘끝내기 홈런’을 예고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코레아는 탬파베이 레이스 투수 닉 앤더슨의 3구째 96마일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중앙 담장을 넘겼다. 4-3 승리를 만든 끝내기 홈런. 휴스턴 덕아웃이 환호했다. 만 71세로 현역 최고령 사령탑인 베이커 감독은 기쁨에 겨워 양 손과 몸을 흔들며 춤추는 듯한 동작을 보였다. 

[사진] 끝내기 홈런을 친 카를로스 코레아가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끝내기 홈런을 친 카를로스 코레아가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현지 화상 인터뷰에서 베이커 감독은 “코레아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내게 ‘경기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해보라고 했는데 진짜로 쳤다”며 예고 홈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코레아는 “내가 끝낼 줄 알았다. 스윙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리듬이 좋았고, 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끝내기 홈런 후 베이커 감독과 포옹에 대해 “그가 나를 껴앉고는 놓지 않더라.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카를로스 코레아가 끝내기 홈런을 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7년 월드시리즈 사인 훔치기 사건으로 메이저리그 ‘공공의 적’이 된 휴스턴은 올 시즌 29승31패로 5할 승률도 되지 않았지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 6번 시드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를 2연승으로 제압한 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3승1패로 꺾고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쾌속 진출했다. 
탬파베이에 1~3차전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4~5차전 승리로 리버스 스윕 가능성을 높였다. 코레아는 “집에 가고 싶지 않다. 3연패 이후 클럽하우스에서 선수 미팅을 갖고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2승3패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좋은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자신했다. 
역대 7전4선승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1~3차전 3연패를 당한 팀은 모두 38차례 있었지만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리버스 스윕한 케이스는 1번뿐이다. 지난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3연패 뒤 4연승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쓴 바 있다. 확률은 겨우 2.6%. 
[사진] 카를로스 코레아가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인 훔치기 과오로 인해 비난이 끊이지 않는 휴스턴이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얄밉지만 잘하는 ‘악당’ 휴스턴의 스토리가 계속 될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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