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이어 그레인키도 71세 노감독에 감동 "믿음 감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5 19: 06

‘추추트레인’ 추신수(38)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 더스티 베이커(71)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이다. 지난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1년을 함께한 게 전부이지만 추신수에겐 잊을 수 없는 믿음과 감동을 줬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시절 원정을 온 추신수에게 따로 선물을 줄 정도로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메이저리그 23년차 베테랑, 리그 최고령 사령탑으로 많은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존경받고 있는 ‘덕장’ 베이커 감독. 평소 냉소적인 성격의 ‘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37)마저 감동시켰다. 15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이 그 무대였다. 
휴스턴이 4-2로 앞선 6회초 1사 후 그레인키가 연속 안타를 맞으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투구수 79개에 탬파베이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면서 투수 교체가 예상됐다. 예상대로 베이커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고, 마운드에 선수들을 모았다. 긴밀한 대화가 오갔고, 베이커 감독은 교체 사인 없이 홀로 덕아웃에 들어갔다. 

[사진] 잭 그레인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칫 경기 흐름을 내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베이커 감독은 그레인키를 믿었다. 그레인키는 타격감이 뜨거운 랜디 아로자레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최지만에게 내야 안타를 맞아 만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마이크 브로소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요리했다. 
베이커 감독의 믿음에 힘입어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한 순간이었다. 1~3차전 3연패로 벼랑 끝에 내몰렸던 휴스턴은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한 그레인키를 앞세워 기사회생했다. 탬파베이를 4-3으로 꺾고 반격의 1승을 올렸다. 
[사진] 6회 위기 때 더스티 베이커 감독(왼쪽)이 마운드에 올라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MLB.com’ 포함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그레인키는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게 좋았다. 내가 휴스턴에 온 뒤로 그들은 내 능력에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중요한 시기에 나를 믿어줘서 좋았다. 결과가 안 좋았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잘 풀렸고, 기분이 좋았다”고 베이커 감독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그레인키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회 선두 앤서니 렌던에게 홈런을 맞고 후안 소토에게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됐다. 당시 투구수 80개에 불과했지만 A.J. 힌치 감독이 교체했다. 그 다음 투수 윌 해리스가 하위 켄드릭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아 휴스턴은 3승4패로 우승을 놓쳤다. 
1년 전 아쉬움이 있었던 그레인키는 “그 경기 외에도 10번 정도 될 것이다”며 자신을 믿어주지 못한 사례를 언급한 뒤 “베이커 감독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그가 보고 믿는 것은 거의 100% 옳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점에서 베이커 감독은 확실히 인상적이다”고 이야기했다. 
베이커 감독은 “투수 교체를 고민했지만 포수 마틴 말도나도가 단호하게 그레인키는 아웃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레인키의 눈빛을 보고 교체하지 않기로 했다. 올드스쿨 방식이었다”며 “우리는 누구도 집에 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댈러스(알링턴)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로 4연승 리버스 스윕을 다짐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892승을 거두며 지구 우승 7회, 포스트시즌 진출 9회 경력을 자랑하는 베이커 감독은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 휴스턴에서 마지막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추신수(왼쪽)와 베이커 감독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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