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요청 싫어" 무관중 좋다는 그레인키, 욕 안 먹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5 05: 44

“관중석에 팬이 없어 좋다.”
코로나19 시대에 무관중 경기가 좋다고 말한 선수가 있다. 심지어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이 싫다고도 했다. 프로 선수로서 해선 안 될 ‘망언’. 보통 선수 같았다면 팬들로부터 십자 포화를 맞았겠지만, 이 발언을 한 선수가 잭 그레인키(37·휴스턴 애스트로스)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14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그레인키는 13일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무관중 경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생각을 밝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리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유관중으로 진행되는 반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ALCS는 주정부 불허로 계속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고 있다. 월드시리즈는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유관중으로 개최된다. 
그레인키는 “팬 없이 경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경기 시작 전 팬들이 눈에 띄지 않아 몸을 풀고 연습할 때 좋다. 왜냐하면 말을 걸거나 사인을 요청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뒤 “대부분 선수들이 관중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 경기가 시작되면 마찬가지”라며 경기 중에는 팬들이 관중석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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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키의 발언에 미국 언론과 팬들은 ‘그레인키답다’며 크게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솔직함의 대명사이자 ‘괴짜’ 투수이기도 하지만 아픈 과거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레인키는 유년 시절부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안고 있었다. 메이저리거가 된 후에는 사회불안장애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데뷔 2년차였던 2006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 단 3경기만 던진 것도 정신과 치료 때문이었다. 
2009년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메이저리그 대표 투수로 성장했지만 그 후로도 인터뷰나 사진 촬영을 어려워하고 있다. 그런 그레인키에게 무관중 경기는 나쁠 게 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다. 그는 숨김없이 소신을 밝히는 성격이기도 하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그레인키의 발언에 주목해야 할 건 그가 사회불안 증세가 있으며 팬들에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USA투데이 스포츠’ 산하 ‘폴더윈’은 ‘어떤 사람들은 그레인키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솔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관중 질문에 과장해서 답할 성격이 아니다. 그건 그레인키가 아니다. 이번에도 문제될 게 없다’며 ‘절대 변하지 마, 잭’이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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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키는 휴스턴이 3연패 벼랑 끝으로 몰린 가운데 ALCS 4차전 선발로 나선다. 휴스턴이 패하면 이대로 시즌이 종료, 유관중으로 치러질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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