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위로 얻길"..'삼진그룹' 고아성, 마지막 20대를 보내며(종합)[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0.10.14 14: 39

"이렇게 힘든 시기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 많은 위로를 얻고 있다."
배우 고아성(28)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개봉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 고아성은 뿌듯함을 드러냈다. 최근 충무로에 많아지고 있는 여성 캐릭터 주도 영화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21일 개봉.

극 중 고아성은 삼진전자 생산과리3부 사원 이자영 역을 맡았다. 상고 출신의 8년차 사원으로 보고서도 척척 쓸 만큼 대리보다 더 업무 베테랑이다. 토익 600점 넘으면 대리로 승진해 진짜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폐수 무단방류 현장을 본 후 회사가 덮으려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하는 인물이다. 
고아성은 지난해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 이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 ‘항거’ 개봉하고 나서 뿌듯함도 있었지만 다음엔 밝고 명랑한 역할을 만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라며, “마침 제목부터 독특한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정말 내가 원하던 캐릭터고 영화의 톤이었다.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보니까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밝고 명랑한 게 전부가 아니더라. 진중한 메시지도 있고, 삶의 의미랄까, 일하는 사람의 모습도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아성은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서 “나는 내 영화를 객관적으로 잘 못 보겠다. 1년 정도 지나야 마음을 비우고 보게된다. 그게 내가 가진 버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시사회 때 재미있게 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고아성이 맡은 이자영 캐릭터는 이솜의 정유나, 박혜수의 심보람에 비해 다소 평범한 정석적인 인물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 주체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고아성은 “자영이라는 캐릭터는 오지랖으로 대변되는 명랑한 캐릭터다. 그 캐릭터의 성격으로 인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자영이가 처음 회사의 비리를 목격하고 추진력을 처음 가져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진의를 위해서 캐릭터적인 연기보다 끌고가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자영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성적인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고아성은 “주체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다.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통해서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많이 배운 것 같다. 그렇지만 나를 외향적으로 바꿔준 건 아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끌어 올린 것도 있다. 현장에서 말도 많이 하고 어색함을 풀려고 사람들에게 많이 다가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고아성과 이솜, 박혜수 세 배우의 유쾌한 케미로 극을 이끌어간다. 회사에서 감추려고 조작한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자영, 그리고 정유나(이솜 분)와 심보람(박혜수 분)은 그런 자영을 열심히 도와준다. 이렇듯 영화의 주축이 되는 세 캐릭터의 ‘케미’는 합숙으로 탄생했다고. 
고아성은 “언제부터 그렇게 된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지방 촬영장에서 셋이 같이 있다가 촬영이 끝나고 흩어지면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지더라. 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 방에 모이게 됐는데 꼭 내 방에서 모인다. 다들 씻고 잠옷 입고 자려고 오는데 계속 수다를 떨다가 자게 되더라. 그게 반복되면서 나중에 PD님께서 한 방을 주셨다”라며 합숙 에피소드를 전했다. 
고아성과 이솜, 박혜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고아성과 이솜은 이전에 한 소속사에 몸 담았던 인연이 있었다. 고아성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솜에 대해서 “이솜 언니는 정말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 부분이 너무 놀랍고 멋있기도 하다. 애드리브도 많이 한다. 대사가 없는 신에도 만들어 오기도 한다. 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연기해야겠다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아성은 박혜수의 팬을 자처했다. 박혜수가 SBS 오디션 프록램 ‘K팝스타 시즌4’에 나올 때부터 팬이었다고. 고아성은 “박혜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배우를 정말 좋아했다. ‘K팝스타’ 나올 때부터 본방송을 봤다.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방송을 보면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는데 박혜수가 그랬다.  특히 ‘스윙키즈’를 볼 때 영어 연기를 너무 쿨하게 잘하더라. 부담감 없이 쿨하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내가 영어 연기를 하게 된다면 저걸 토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고아성은 “혜수는 좀 더 다른 느낌이다. 내가 팬이었을 때부터 궁금해했던 지점을 이번에 촬영하면서 알게 됐다. 실제로 정말 쿨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가진 담백함이 영화 연기에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보람 역할이 정말 쉽지 않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이과의 여자인데 반대로 굉장히 감성적인 개인 스토리가 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더라”라며 놀라워했다. 
합숙을 통해서 다져진 세 배우의 케미는 영화에 잘 녹아났다.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자영과 유나, 보람의 성장을 보여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이런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고아성은 여성 연대의 작품들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체감을 했던 게 3~4년 전에는 정말 여성이 유의미하게 나오는 영화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불만을 더이상 못할 것 같다”라며, “많은 제작자, 관계자 분들이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 역할은 정말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영화도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촬영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그게 영화에 다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아성은 “배우로서 일을 하면서 내가 가지는 바람이 여성이 선두에 서서 승리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유의미하게 작품 속에 그려지는 게 소원이다. 꼭 내가 출연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 목표를 항상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영화의 배경은 1995년, 1992년생인 고아성에게는 당시의 직장인을 연기하는 것이 낯설기도 했을 터. 또 고아성은 영화 속 캐릭터에 어울리는 영어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 일부러 영어를 못하는 척(?)을 해야 하기도 했다. 
고아성은 영화 속 인물처럼 ‘실제로 토익 시험을 본 적 있냐?’는 질문에“토익 시험은 본 적이 없지만 확실한 것은 자영보다 잘한다”라고 웃으며, “그런데 나는 유학을 한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한 거다. 마지막에 빌런과 마주쳤을 때 너무 영어를 잘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을 잡았다”라고 전했다. 
또 고아성은 1995년의 모습 중 놀랍고 신기했던 부분에 대해서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영화를 봤을 때 좀 놀랐던 장면이 검사님이 ‘아가씨 담배 좀 사다줄래요?’하는 부분이 좀 가슴이 아프더라”라고 말했다. 
고아성은 “사무실 풍경이 놀라웠던 것 같다. 생산관리3부 내가 소속된 부서가 큰 사무실 안에 직원들이 정말 가득차 있던 공간이다. 커피 타는 여직원들은 복도처럼 마주보게 구성이 돼 있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만 벌을 서는 것처럼 앞에 나와 있는 모습이 제일 충격적이었다. 보통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게 공간이다. 세트를 너무 잘 지었을 때 감동을 받아서 연기가 잘 될 때도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당시 정말 최고의 대기업이란 설정인데, 조금 옛날 느낌이 남아있지만 세련을 놓치지 않는 건물을 찾아서 촬영했다. 배우들 셋이 사건을 해결해가나면서 음침한 을지로 골목을 뛰어다니고 그럴 때 공간의 전환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아성은 1995년 당시 극 중 이자영처럼 직장을 다니고 있었을 여성들에게 "물론 각자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건 다르겠지만 조금 낭만적으로 다시 반추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아성의 바람대로 밝고 영화, 명랑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맡게 된 이번 작품. 아쉬운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었다. 
고아성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보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횟수가 점점 줄어드니까 나도 관객으로서도 힘든데, 영화를 내놓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예전같지 않더라. 이렇게 힘든 시기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 많은 위로를 얻고 있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영화 개봉을 앞둔 고아성은 오는 18일 첫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바닷길 선발대’로 예능에 도전한다. 고아성은 “너무 광활한 여행이었다. 지금 조금 아득하게 느껴지진 한다. 다시 없을 모험이었던 것 같다. 너무 좋은 분들과 그렇게 익스트림하게 여행한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다. 알차고 뿌듯했다. 힘든 상황을 많이 극복하는 여행이었다. 우리가 이걸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다”라고 지난 여행을 회상했다. 
또 고아성은 이례적으로 예능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 “뭔가 되게 심심했다. 코로나 이후에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두 개나 엎어지고 많이 침전된 상태로 지내다가 그런 기회가 있어서 별 고민 없이 뛰어든 것 같다”라며, “예능을 많이 안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많이 했다. ‘복면가왕’도 나갔었고, ‘나도 영화 감독이다’에도 출연했다. 그때의 기회로 인해서 박성웅 선배님이 제안을 해주셔서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고아성은 올해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다. 서른을 앞둔 시점에 대해서 고아성은 “‘스물 아홉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홉 수가 이런 거구나를 느끼고 있다”라고 웃으며, “최근에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배우가 연기하기 좋은 나이는 실제 배우의 3살 아래라고 하더라. 그게 맞는 것 같다. 자기 나이보다 많은 나이를 연기하기는 어렵다. 3년 정도 지난 게 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스물 여섯 살을 연기하면 될 것 같다”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자영 역시 27살 고아성의 또래인 만큼 더욱 잘 맞는 옷이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오는 21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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