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vs프런트 갈등, 소통 대신 불통…사직의 무거운 기류 [오!쎈 이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10.14 05: 10

더 이상 수면 아래에 가둬두기에는 이슈의 덩어리가 너무 커졌다.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 의견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았고 시즌 막판으로 향해가는 현 시점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무거운 공기만이 흐르고 있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체제 하에서 치르는 첫 시즌, 리그 전체적인 ‘승률 인플레’ 현상으로 5강 희망은 희미해져 가지만 그래도 지난해 최하위에서 벗어나 5할 승률 이상을 마크하고 있다. 
팀 전력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롯데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구단이 집중적인 육성하기로 한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고, 1군에서는 현장이 믿고 기회를 준 선수들이 활약상을 펼쳤다. 겉보기에는 구단 프런트와 1군 현장의 이원화가 원활하게 이뤄진 듯 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은 1군 현장과 프런트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soul1014@osen.co.kr

시즌 초 포수 지성준의 1군 개막 엔트리 등록 여부부터 시작해 이후 대체 선발 장원삼을 두고 “선택을 한 감독은 물론 (장원삼을) 추천한 2군과 구단에도 책임이 있다”며 현장의 날 선 비판이 있었다.
이후 불씨는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이석환 롯데 대표이사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대회 결승전 자리에서 현장과 프런트 간의 갈등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다. 이튿날 허문회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전례없는 불성실한 인터뷰 자세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갈등의 도화선은 점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 종료를 향해가는 현 시점, 허문회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사직 KT전을 앞두고, 9명의 2군 선수를 웨이버 공시한 사실에 대해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하며 구단과의 불통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암시했다.
1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프런트 야구니 현장 야구니 하는데 서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립되면 좋겠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구단의 역할이다. 현장과 프런트가 이와 같은 역할에 대해 잘 나눴으면 좋겠다. 메이저리그라고 무조건 프런트 야구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나도 언젠가는 감독직을 그만 둬야 하겠지만 현장과 프런트의 분업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 과거처럼 프런트에서 특정 선수를 기용하라고 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예를 들어 출루율 등 선수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소통"이라고 말했다.  키움 손혁 감독의 사퇴를 두고 나온 말이었지만 현재 자신의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뉘앙스였다.
이제 막 1년 차의 ‘뉴 노멀’ 롯데다. 달라질 것이라고 선포를 했지만, 실상은 과거 현장과 프런트 간의 불통, 불신 등이 드러난 민낯과 다르지 않다. 
허문회 감독의 돌발 발언으로 사태가 확산된 경향이 없지 않지만, 구단 역시 현재의 갈등 양상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신념과 고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고 양 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전과는 갈등의 결은 다르지만 불통과 불신의 시간이 지배하는 것은 여전하다.
시즌 중 프런트와 현장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은 항상 갖고 있다. 연례행사와도 같다. 하지만 현재의 롯데는 불씨가 확연히 커졌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부족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은 소통 능력을 우선시해서 허문회 감독을 선임했고, 프런트 역시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결과는 불통의 도미노로 인한 갈등의 외부 표출이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고위층은 방관자와 다름이 없는 듯한 모양새다. 서로 공약을 했던 소통은 현재 무의미해진 상태다. 
허문회 감독은 13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앞선 웨이버 소동과 관련해 "이미 끝난 일이다. 오늘 경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사태의 확산을 방지했다. 
그러나 현재 롯데를 둘러싼 상황은 쉽게 잠잠해질 리 없다. 롯데 입장에서 더 이상의 파국은 없어야 한다. 한 쪽만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뉴 노멀’ 롯데는 단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jhrae@osen.co.kr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렸다. 롯데 이석환 사장(오른쪽)과 성민규 단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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