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는 이미지 배신하고파" 유아인답게, 재미있는 연기 고민(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0.13 12: 31

 “감사하게도 저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계시니까, 저는 그 이미지가 기대하는 것을 재미있게 배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배우 유아인(35)이 이번에는 언어 장애를 가진 남자로 돌아왔다. 하지만 태생적인 장애인지,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영화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유아인의 연기를 보며 관객들이 그의 전사(前史)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편에 맡겼다. 유아인표 표현방식에 의해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구현됐다는 점에서 ‘소리도 없이’의 관전 포인트가 선명하게 찍힌다. 
유아인은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실 이전의 유아인을 충분히 보여 드리지 못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 이미지를 지운다기보다, 보여지지 않은 것들을 좀 더 꺼내고 싶다는 말이 더 가까울 거 같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아인이 그린 태인은 억척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어린 여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낸다. 말로 표현하진 않아도 행동을 통해 그의 착한 심성이 느껴진다.
거친 삶이 얼마나 고된지, 버티는 과정에서 태인이 어떻게 무뎌졌는지, 유아인은 태인의 전사들까지 모두 엮어 말 못하는 남자 태인이라는 인물을 완성했다.
이날 그는 “그 어떤 것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데 배우가 그런 걸 감당해야한다는 게 삶에 딜레마가 있지만 한 작품씩 나아가면서, 어떤 하나가 내 대표작이 되는 게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이 만들어지는 거라는 생각이다. 아직 노출되지 않은 퍼즐 조각을 가져가면서, 내 길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루이스픽쳐스・BROEDMACHINE・브로콜리픽쳐스)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소녀(문승아 분)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유아인은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새롭다는 것만으로도 끌리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새로움이 나가는 곳에 작은 희망, 우리가 고민할 지점을 제시하는 새로움인가 짚어봤을 때 홍의정 감독이 만든 새로움, 그리고 그것이 포함하고 있는 세계 안에서 포함하고 있는 메시지, 방향성이 기대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롭고 신선하다는 자체를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하면서 스스로 ‘새롭다는 게 좋은 걸까?’ 싶기도 했다. 새롭다는 게 좋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해봤다. 우리가 가볍게 접할 허황된 희망, 성취하기 어려운 꿈동산 같은 이야기가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뭔가 품게 하는 게 귀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소리도 없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유아인은 이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호불호가 없으면 새로움이 없을 거 같다. 새로운 시도는 호불호를 만들 것이고 그걸 감수해야 한다. 근데 저는 ‘소리도 없이’에 대한 호불호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거 같다. 새로움에 목말라 하실 거 같아서”라며 “우리 옆에 항상 있는 걸을 새롭게 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많이 반가워해주시고 기특해하셨으면 한다”고 개봉 후의 반응을 기대했다.
신인 감독인 홍의정에 대해 “여러 가지 여건 속에서 그녀가 나갈 방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많이 줘야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질을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더 좋은 마음을 가져 가셨으면 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시간을 더 좋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완성본을 보기 전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그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원하는 바가 크게 이뤄지는 건 아니지 않나. 도발, 패기가 느껴지는 기획과 시작이 관객들에게 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부분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함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영화의 성취, 더 큰 나아감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홍의정 감독님을 일단 내가 선점하기 위해서였다.(웃음)”고 말했다. ‘소리도 없이’는 홍 감독의 첫 번째 상업 장편작이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감독님이 기대 이상으로 많은 걸 지켜내고 이뤄내셨다. 하지만 이건 홍의정의 미비한 시작에 불과하다. 가져갈 수 없는 기대까지 품진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걸 이뤄냈다는 생각”이라며 “신인배우일 때 제가 받았던 우려가 있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동력이 생긴 배우가 돼 신인감독에게 (그때 내가 받았을지 모를)우려를 보내고 있었구나 싶다”고 홍 감독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았다.
호평을 받아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반겨주시고 짚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내게 힘이 있다면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다. 전과 달리 생겨난 책임감인 거 같다”며 “예전엔 내 배역만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작품 전반에 걸친 다른 책임감이 생겨나고 있는 거 같다. 그 책임감을 감당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잘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새로운 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사가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루하던 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나를 다 집어 던져서 너에게 줄래’, '모든 걸 던질래’라는 느낌을 받을 만한 제안을 만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 자체가 그랬다. 내가 약간 과잉해석을 해서라도 ‘이건 뭔가 있을 거야’라고 재미를 찾으며 의미 부여를 하고 싶었다.”
이어 유아인은 “그냥 좋은 감독 만나서 잘 찍다 보면 ‘웰메이드 영화가 나오겠지’ 라는 생각은 별로인 거 같다”며 “저마다의 자리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하나를 빚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촬영할 때 차 타고 다니면서도 ‘너무 좋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어떤 갈등을 빚지 않고 시작과 끝을 즐겁게 함께 했다. 모든 작품 현장이 그럴 수 있고 그래야한다”고 했다.
태인이란 인물을 위해 15kg이나 찌웠다는 그는 “쉴 때는 4~5끼씩 먹으며 찌울 수 있는데 촬영할 땐 예민해지고 식사 시간을 못 지킬 때가 있으니 찌우는 게 힘들더라”며 “힘들게 찌워서 볼록한 제 배가 보이면 기분이 좋더라. 별 거 아닌데 그것만으로도 (태인의) 느낌이 있다 싶었다. 제딴에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많은 분들이 ‘유아인의 변신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처럼 별다를 거 없이 보시는 거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이건 또 내가 어떻게 감당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준의 한국사람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도 들면서 다음을 어떻게 할지 상상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선 진짜 평범함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 거 같다”고 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그는 “이렇게까지 나를 궁금해 하시나, 싶었다.(웃음) 저에 대한 호기심을 잘 써먹어야겠다 싶더라. 누군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힘이라는 건 혹은 누군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큰 가치인데 그걸 잘 쓰고 싶다”라며 “배우로서 그런 지점이 있다면 나라는 유형의 인간을 재미있게 드러내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끔 불씨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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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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