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데 잘 맞아"..'소리도 없이' 유아인x유재명, 안 볼 수 없는 케미(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0.12 12: 46

 “처음 만나는데 연기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다음엔 대사 있는 걸로 또 같이 하고 싶다(웃음).”
12일 온라인을 통해 새 한국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루이스픽쳐스・BROEDMACHINE・브로콜리픽쳐스)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가운데 배우 유재명이 후배 유아인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저와 달리 현장을 즐기면서 하는 게 인상 깊었다”라고 이같이 전했다. 이 자리에는 주연배우 유아인, 유재명과 각본 및 연출을 맡은 홍의정 감독이 참석했다.
15일 개봉하는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드라마. 두 사람이 이 영화를 통해 연기 호흡을 처음 맞췄는데 연기 베테랑답게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날 연출을 맡은 홍의정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사람이 자신의 배경(출신)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선택하지 못한 신체, 환경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홍 감독은 “(말을 못 하지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고군분투하는 캐릭터 옆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비록 그 인정이 모두의 공감을 사지 못 한다 하더라도. 두 사람을 아버지와 아들처럼, 선후배처럼 설정하려고 했다”고 창복과 태인의 인물 구도에 대해 설명했다.
창복 캐릭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제가 영화에서 설정한 종교는 비뚤어졌고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믿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다른 데서 인정받지 못한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것은 종교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창복을 연기한 유재명은 “정상적인 사람인데 말 없는 태인에 비해 말이 많아 보이는 캐릭터”라며 “그리고 적당한 신앙심을 가진 것인데 태인에 비해 상당히 많아 보인다. 상대적인 거 같다. 그런 관점에서 선과 악의 기준,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창복에게 진정한 신앙이 있었다면 그런 일을 거부했을 텐데, 생계를 위한 삶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인 거 같다. 그리고 종교로 자신의 죄책감을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앙을 받아들인 거 같다. 정확한 기준이 없는 모호한 인물인 거 같다”고 설명했다.
태인 역의 유아인은 “이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제 안에서 발견한 부분이 있다면, 제가 범죄를 저지르면서 살지 않지만, ‘내가 믿는 선한 행위의 끝이 과연 선한가?' ‘내게 악하다고 입력된 정보들이 온전히 진리인가?’ 싶었다. 이 시대를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느끼는 행위의 선악을 너무 쉽게 나누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선과 악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적으로 간결하게, 그런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고 마력이었던 거 같다”며 “영화라는 매체도 마찬가지다. 저희가 좋은 영화를 열심히 찍었으니 봐달라고 말하는 게 좋은 일인지, 배우로서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 (소리도 없이는)이 시대에 필요한 고민을 뒤틀리지 않는 시선으로, 하지만 뒤틀려 있는 그 자체로 감촉하면서 나아가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고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아이러니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캐릭터들의 관계를 찾고 싶었다. 더 산 선배가 덜 산 후배에게 자신의 정보와 깨달음을, 비록 거기에 오류가 많을지라도, 후배를 아끼는 마음에서 전달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며 “그 내용은 옳긴 하나 쓸 데 없는 말이다.(웃음) 상황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담고 싶어 창복이 태인에게 소중하게 얘기해주는 모습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유아인, 유재명과 더불어 아역배우 문승아가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문승아의 연기에 대해 감독은 “저도 첫 작품이라 잘 알지 못 했다. 근데 촬영 중에 배우들에게 부탁을 했다. '제가 초보이니 테이크를 많이 하더라도 상처 받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개의치않고 잘 해주셨다. 오히려 제가 더 긴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현장에서 대사와 상황을 자주 바꾸는 사람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때 그때의 조건에 맞게. 근데 아역배우도 입에 안 맞는 대사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을 해주셔서 제가 의지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에 대해 그녀는 “저는 매 순간이 다 생각나는데 유재명, 유아인이 처음으로 합을 맞추는 부분에서, 제가 시나리오에 쓴 인물의 관계가 그대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며 “그 날 이후 제가 앞으로 어떻게 촬영해 나가야하는지 한순간에 느끼며 배우게 됐다”고 유재명, 유아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유재명은 “영화는 판타지지만, 촬영은 현실이다. 열심히 해서 한 컷, 한 신을 건지는데 저는 촬영 당시 시장, 상인들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여행을 갔다 온 거 같다”고 촬영 당시를 전했다. 이에 유아인은 “저도 이렇게 예쁘게 느끼고 싶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이어 유아인은 “선배가 존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의지가 돼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태인처럼 딱히 드릴 게 없어서 죄송했다”며 “선배님이 던져주신 것들에 상당히 편안함을 느끼면서 했다.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 감정적 불순물이 없어서 그 상태에 집중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 그게 가장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홍의정 감독은 “초보 연출자가 할 수 있는 실수를 다 했다. 근데 두 분이 너그럽게 받아드려주셨다”며 "제가 초보라 이렇게 경력이 높으신 분들에게 칭찬을 드리는 말씀을 못 했다. 근데 현장에서 드렸으면 좋았을 거 같기도 하다”고 이 자리를 빌려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소리도 없이’는 섬뜩한 범죄 현장, 인신매매,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암울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생활 조건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인간의 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달걀 속 태아 모습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결정하지 못 한 삶 속에서 생존하려는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 ‘나도 저런 모습이라면 내가 닭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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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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