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한화 18연패 탈출 본 이도윤 "사인 많이 하고 싶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2 16: 10

“18연패를 끊은 히어로, 노태형 선배를 보면서…”
한화가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 사슬을 끊었던 6월14일. 당시 한화 내야수 이도윤(24)은 군대에 있었다. 충북 증평 37사단 기동대대 군인 신분으로 TV 중계를 통해 선배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를 봤다.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던 이도윤이었지만 “군대 좀 더 일찍 갔다 올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절친한 사이인 노태형의 끝내기에 진심으로 기뻐했고, 축하 전화도 했지만 이도윤의 마음 한구석에는 부러움이 들었다. 그는 “군대에서 TV 중계를 볼 때마다 친구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쓰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1군에서 야구하는 또래 선수들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한화 이도윤이 11일 대전 키움전을 마친 뒤 데뷔 첫 안타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waw@osen.co.kr

북일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이도윤은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상위 지명됐지만 1군 기회는 2018년 2경기가 전부였다. 2018년 2군에서 83경기 타율 3할1리 85안타 7홈런 38타점 17도루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당시 하주석, 정은원, 강경학 등이 버티던 1군 내야 벽을 뚫지 못한 채 군입대했다. 
군대에서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간부가 배팅 훈련 위해 그물망과 티배팅 도구를 마련해준 덕분에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다. 지난 7월 조기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 뒤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2주 자가격리를 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해제 후 퓨처스리그에서 9경기를 뛰며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다. 
2014년 한화 마무리캠프 때 정근우와 수비 훈련을 하던 이도윤(오른쪽) /rumi@osen.co.kr
그 사이 하주석에 이어 박정현까지, 한화 유격수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이도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첫 선발출장이었던 10일 대전 키움전은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11일 키움전에서 2회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4회 수비에선 허정협의 빗맞은 타구를 뒤로 쫓아 바스켓 캐치하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이도윤은 “1군에서 처음부터 선발로 나갈 기회가 많지 않은데 기회를 주신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하다”며 “군대를 다녀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군대에서 웨이트를 많이 해서 힘도 좋아진 것 같다. 수비도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수, 3루수까지 다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려한 것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려야 내년에도 1군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 유격수 자리에 ‘볼 사람이 없어서 저 선수가 본다’가 아니라 ‘저 선수가 봐야 하니까 봐야 한다’는 느낌을 팬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군입대 전이었던 2018년 8월 이도윤은 “저를 모르는 팬들이 많다. 사인을 받고서도 ‘누구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팬들이 내가 누군지 알고 사인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2군 무명 선수의 비애를 말한 바 있다. 
[사진] 이도윤 /한화 이글스 제공
그로부터 2년이 흘러 프로 데뷔 첫 안타로 팬들에 이름을 알린 이도윤은 “2군 선수들은 그 기분이 뭔지 알 것이다. 서산에도 코로나가 터지기 전 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맨날 사인하던 선수들만 한다. 같은 프로선수인데 자존심이 상하더라. 나도 이제 사인을 많이 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많은 팬들이 알아보고 사인 요청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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