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아내 두고 홀로 한국행, '다둥이 아빠' 재계약 시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9.26 13: 10

지난 6월 한화는 부진에 빠져있던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의 대체 선수로 브랜든 반즈(34)와 접촉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입지가 좁아진 3년 전부터 KBO리그에 관심이 많았던 반즈는 한화의 영입 제안을 크게 반겼다.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이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런데 딱 하나 반즈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셋째 딸을 임신한 아내 숀을 두고 홀로 한국에 가는 게 걱정이었다. 예년 같았다면 시즌 중 특별 휴가로 출산 예정일에 맞춰 미국에 잠시 다녀갈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시대에선 달랐다. 입국시 자가격리 2주로 인해 한국으로 떠나면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협상 과정에서 한화 구단이 이 부분을 설명했고, 반즈는 고심 끝에 임산부 아내를 미국에 남겨두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는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코로나19로 미국 야구가 셧다운됐고,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선 한국에 야구를 하러 가야 했다. 

한화 반즈가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ksl0919@osen.co.kr

[사진] 브랜든 반즈 SNS
가족과 생이별한 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반즈는 아내의 출산일이 임박하면서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출산 이틀 전 “가족들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다.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가족 모두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반즈의 아내는 지난 25일 셋째 딸을 낳았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30분이 예정 시각이었지만 제왕절개를 하면서 5시20분께 건강하게 순산했다. 밤새 마음을 졸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 반즈는 갓 태어난 셋째 아이 사진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딸 이름을 ‘오클리’로 지은 반즈는 SNS를 통해 사진을 올려 “아빠는 네가 아는 것보다 더 사랑해”라고 적었다. 이어 “아내와 난 축복을 받았다. 3년 전 의사들은 우리에게 아이를 다시 가질 확률이 1%도 안 된다고 말했지만, 우리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아내 숀에게 “당신을 내 아내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축복이다. 사랑한다”는 진심을 전했다. 
[사진] 25일 태어난 반즈의 셋째 딸 오클리 /브랜든 반즈 SNS 캡처
코칭스태프 배려로 25일 롯데전에 평소보다 늦게 출근한 반즈는 구장에 도착하자마자 아기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4회 팀의 무득점 침묵을 깨는 솔로 홈런으로 ‘득녀포’를 터뜨렸다. 한화는 반즈의 홈런을 시작으로 6-5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첫 5연승을 질주하며 공포의 고춧가루 부대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7월 1군에 데뷔한 반즈는 46경기 타율 2할2푼8리 39안타 6홈런 26타점 OPS .709로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홈런 포함 12타수 6안타 타율 5할 6타점 2볼넷 1삼진으로 급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트리플A 30홈런 거포로 주목을 받자 스스로 장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이를 내려놓자 홈런이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타선이 약한) 우리 팀에선 외국인 타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 반즈가 최근 들어 4번타자 역할을 하면서 (타순 앞뒤로) 우산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반색했다. 수비도 주 포지션인 외야뿐만 아니라 1루까지 곧잘 한다. 최원호 대행은 “반즈가 수비는 어디에 갖다 놓아도 잘한다”며 “상당히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성적만 보면 반즈의 재계약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화 구단에선 경기 전후로 특타를 자청하는 성실함,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며 선수단에 잘 녹아든 융화력, 얌전한 덕아웃에 불어넣는 에너지를 높이 평가한다. 조금 늦긴 했지만 가을 바람과 함께 불붙기 시작한 ‘다둥이 아빠’ 반즈의 재계약 시위, 남은 28경기에도 계속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1회초 2사 1루 한화 반즈가 선취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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