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당하고 "와우" 감탄한 하퍼, 좌타자에 몸쪽 체인지업이라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9.20 19: 47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28·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삼진을 당하고 감탄했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몸쪽 패스트볼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벌어진 2020 메이저리그 토론토-필라델피아전. 3회말 2사 1루에서 류현진은 하퍼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몸쪽 낮게 떨어지는 78.4마일 체인지업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오는 체인지업에 하퍼의 방망이가 헛돌면서 삼진 아웃. 
삼진을 당한 뒤 하퍼는 헬멧을 벗고 배팅 장갑을 풀며 마운드 쪽을 바라봤다. 그러곤 “와우(wow)” 또는 “하우(how)”로 추정되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하퍼가 하우인지 와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한 말을 뱉었다’며 이 장면을 주목했다. 

[사진] 브라이스 하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떤 말이든 하퍼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볼 배합인 것은 분명하다. 보통 좌투수의 체인지업은 우타자에게 주로 쓰인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가 배트를 이끌어내기 용이하다. 좌타자 상대로는 던지기 쉽지 않다. 몸쪽 치기 좋은 코스로 몰리면 장타로 연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MLB.com은 ‘좌타자를 상대로 투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는 많지 않지만 류현진은 늘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허를 찌르는 투구를 높이 평가했다. 류현진은 올해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 피안타율 1할7푼6리, 헛스윙률 13%를 기록하고 있다. 제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장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류현진은 특유의 제구력으로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장타가 전무하다. 
[사진] 류현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현지 취재진도 류현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3회 하퍼와 승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하퍼에게 포심 패스트볼, 커터, 커브를 던지다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꺼내든 류현진은 “중요한 카운트에서 내가 만족할 만한 각도로 삼진을 잡았다. 좋은 승부였다”며 만족해했다. 
이어 류현진은 “왼손 투수라고 해서 왼손 타자한테 체인지업을 아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어느 상황에서든 던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우타자에게 30% 비율로, 좌타자에게 20.2% 비율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3회 삼진을 당한 하퍼는 다음 타석에서 류현진에게 앙갚음했다. 5회 1사 1,2루 찬스에서 류현진의 4구째 바깥쪽 낮게 존을 벗어나는 커브를 가볍게 갖다 맞혔다. 허리를 뺀 채 팔로 잡아 당기는 컨택으로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실투가 아닌 공이었지만 하퍼가 노림수를 갖고 잘 쳤다. 
지난 2015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던 하퍼는 지난해 3월 필라델피아와 13년 총액 3억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FA 선수 최고액 기록. 지난해 157경기 타율 2할6푼 35홈런 114타점 OPS .882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50경기 타율 2할6푼7리 11홈런 28타점 OPS .948의 성적을 내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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