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한화, 감사합니다" 박용택 은퇴 투어, 김현수도 감동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9.17 05: 18

“준비해준 팀들께 정말 감사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하는 박용택(41·LG)이 ‘강제’ 은퇴 투어를 하고 있다. 지난달 뜻하지 않게 논란이 불거지자 선수 본인이 은퇴 투어를 고사했지만 상대팀 선수들이 KBO리그 최다 안타(2495개) 레전드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선수들이 먼저 나서 조촐하지만 뜻깊은 고별식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 KIA전이 시작이었다. 마지막 광주 원정에 나선 박용택을 위해 KIA 선수단이 먼저 나서 은퇴 기념 고별식을 진행한 것이다. 주장 양현종과 맷 윌리엄스 감독이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고, 박용택을 중심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며 제2의 인생을 앞둔 레전드의 앞날에 행운을 빌었다. 

[사진] 16일 박용택(가운데) 은퇴 고별식에 꽃다발을 선물한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왼쪽)과 이용규 /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시작을 앞두고 현역 마지막 광주 방문경기를 앞둔 LG 박용택에게 KIA 선수단이 기념식을 마련했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모여 그라운드에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 dreamer@osen.co.kr
그러자 한화 선수단도 가만 있지 않았다. 16일 박용택의 마지막 대전 경기를 앞두고 고별식을 준비했다. LG에서 같이 뛰었던 주장 이용규과 최원호 감독대행이 꽃다발을 선물하자 박용택도 기분 좋게 포옹했다. 덕아웃 앞에서 도열해 박수를 보낸 양 팀 선수들이 다 같이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며 짧지만 뜻깊은 고별식을 마무리했다. 
일부 여론의 반발로 허무하게 무산될 뻔한 박용택의 은퇴 투어가 이렇게 선수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이승엽처럼 성대한 은퇴 투어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를 위해 후배 선수들이 진심 어린 존경을 담아 예우하고 있다. 
주인공인 박용택 못지않게 LG 주장 김현수(32)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 김현수는 “박용택 선배님을 위해 이런 자리를 준비해준 팀들께 정말 감사하다. 오늘도 한화 구단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 선수단 차원에서 연락이 왔다”며 “박용택 선배님을 이렇게 환영해주셔 감사하다. (2년 전) 미리 은퇴를 발표하고 지키는 선배님도 정말 멋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LG 류중일 감독도 이날 경기 전 박용택을 위한 한화의 고별식을 몰랐다. 류중일 감독은 “결국 은퇴 투어하고 있네”라며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꽃다발 주면서 인사하는 건데 왜 그리 반대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도 은퇴할 것이다. 은퇴 선수를 위한 문화가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전 훈훈하게 은퇴 기념 꽃다발을 받은 박용택이지만 올 시즌까지는 현역 선수다. 이날 마지막 대전 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나선 박용택은 2루타 포함 5타수 3안타 1타점 1볼넷 4출루 활약을 했다. 시즌 성적은 68경기 타율 3할1푼8리 2홈런 29타점 OPS .785. 리그 최고령 선수이지만 녹슬지 않은 실력이다. 
경기를 마치고 LG 김현수가 하이파이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rumi@osen.co.kr
박용택의 마지막 꿈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김현수는 “박용택 선배님을 위해 우승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님 말씀처럼 하늘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선수들 모두 높은 곳을 보고 달려가고 있다”는 말로 의지를 드러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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