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다락방, ‘트레일블레이저’ ‘트래버스’의 차박 매력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7.20 10: 17

 지금처럼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이 주거형태가 아니었던 시절, 어린 아이들에게는 꿈의 집이 있었다. 2층집이다. 부모님은 아래층에서 거주하고, 아이들 방을 계단 위에 꾸미는 아담한 2층집 말이다. 아파트가 대세가 된 지금도 그때의 꿈은 유효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독립적인 다락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다락을 찾는 건 매우 본능적인 행동이다. 간섭 받지 않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안정감을 찾는 건 태아 때의 기억이 만들어 낸 속성이다. 어른이 돼서도 이 본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동차가 만들어 주는 공간을 사랑하고, 그 공간을 자기 색깔로 꾸미며 자신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행동이 모두 나만의 ‘둥지’를 찾는 본능과 관계가 있다.
한 때 크게 유행했던 자동차 극장이 대표적인 둥지 지향의 행동이다. 자동차 안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음악과 영상을 즐기는 순간은 극한의 행복을 준다. 여기에 달콤한 간식까지 곁들인다면 더 이상의 만족은 없다.

고급화된 복합상영관이 등장하면서 잠시 기세가 꺾였던 자동차 극장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온 언택트 시대에는 안정적인 독립 공간이 더 중요해졌다.
코로나19가 불을 당긴 또 하나의 레저형태가 있다. 자동차 안에서 밤을 지내는 ‘차박’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텐트를 치고, 지붕 위에는 사다리를 걸쳐 별도의 공간을 만든다. 어릴 적 품었던 ‘꿈의 집’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그 흐름을 빨리 했을 뿐, 처음부터 아웃도어 라이프는 ‘차박’을 지향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차박의 유행을 크게 앞당긴 건 확실하다. 여러 사람이 쓰는 숙박시설 보다는 한정된 가족만 사용하는 시설에 더 믿음이 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략으로 차박과 캠핑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자동차극장을 가고 차박을 즐기는 전문 용도로 개발된 차는 없다. 다만 이 같은 용도에 좀더 잘 어울리는 차는 있다. 세단 보다는 차체가 높은 SUV가 좋고, 여러 장비를 실어야 하니 이왕이면 실내 공간도 넓으면 더 좋다. 많은 장비를 싣고 여러 사람을 태우려면 자동차의 출력이 충분할 필요도 있다. 생생한 사운드를 즐기기 위한 음향시스템도 필수 요소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지엠(GM)이 SUV 전문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지엠의 사정은 다르다.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라인업을 짜다 보니 마치 SUV 전문 브랜드처럼 됐다. 이런 현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략을 짜기에는 조건이 좋아졌다. 한국지엠의 SUV 라인업에는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를 아무도 예측하진 않았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에는 최적의 라인업이 구축돼 있었다.
▲잘 달리는 트레일블레이저, 영화관람에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 차급에 속하지만 펀드라이빙에 적합한 차다. ‘라이트 사이징(right sizing)’의 철학 아래 개발된 파워트레인은 작지만 강력한 퍼포먼스를 품어낸다. 1.35리터 E-Turbo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를 발휘한다. 저 작은 엔진이 2리터 자연흡기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과 이를 뛰어넘는 토크성능을 낸다. 소형 SUV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9단 변속기도 달았다.
차체 강성도 다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오프로드 주행까지 가능한 고강성 차체를 위해 포스코의 기가스틸(GIGA Steel)을 22%나 썼다. 차체의 78%에 이르는 광범위한 부위는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이 사용됐다. 탄탄한 차체는 Z링크 서스펜션과 조화를 이루며 뛰어난 주행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정통 SUV답게 최신 AWD 시스템도 탑재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오가는 스위처블 AWD(Switchable AWD) 시스템을 갖췄다. 주행 중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FWD(전륜구동) 모드와 AWD(사륜구동)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신나게 달려왔으니 귀를 즐겁게 할 차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Bose® 프리미엄 스피커를 갖추고 있다. Richbass® 서브우퍼와 앰프를 포함한 7개의 스피커가 좌석 곳곳을 정조준한다. 후면 적재함 하부에 배치된 우퍼는 세밀한 저음 영역대까지 표현한다.
자동차극장을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극장을 더 즐겁게 만들 요소로 꽉 차 있다.
자동차극장이 아니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된다. USB 케이블 없이 무선으로 연결하면 사춘기 딸 아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부모가 함께 들으며 대중음악을 공유할 수도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추후 예정)도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미니밴보다 큰 트래버스, 영화관람은 럭셔리
사실 트래버스 정도의 크기라면 텐트 없이 차박을 해도 쾌적하게 밤을 보낼 수 있다. 트래버스는 국내에 판매 중인 모든 승용과 SUV 모델 가운데 가장 크다. 전장이 무려 5,200mm에 달하며, 전고 1,785mm, 휠베이스 3,073mm다. 3열 레그룸도 850mm에 달하고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성인 두 명과 아이 한 명이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자, 이런 차에서 영화를 본다면? 내 집 안방처럼 누워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복합상영관의 럭셔리관과 다름없다.
자동차극장 라디오 주파수에 다이얼을 맞추면 영화관 못지않은 웅장한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Richbass® 서브우퍼가 포함된 보스 프리미엄 스피커는 실내 공간을 빵빵 때린다. 10개의 스피커는 전용 극장 못지않은 출력과 해상력을 자랑한다.
트래버스에는 220V 인버터가 내장돼 있어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을 차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운전석 옆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비롯해 3열에도 USB 충전 포트가 있어 전 좌석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를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자동차극장 가는 용도로 트래버스를 쓰는 것은 아깝다. 차박 정도는 해야 제대로 활용하는 축에 든다.
동력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국내 출시된 트래버스엔 3.6리터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하이드라매틱(Hydra-Matic)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m을 낸다. 많은 짐과 승객을 싣고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정통 아메리칸 대형SUV답게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트렉션 모드 셀렉트(Traction Mode Select) 다이얼은 눈·비 등 다양한 날씨와 노면 상태에 따라 전륜과 후륜의 트렉션을 조정할 수 있다.
▲콜로라도 스퍼커 성능의 의외성
아메리칸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레저에 특화된 모델이다. 산악자전거나 바이크, 서핑보드 등 아웃도어 장비를 고민없이 실을 수 있다. 적재함에는 미끄러움 방지 처리된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Spray-on Bedliner)가 코팅돼 있어 부식 및 손상 걱정이 없다. 테일게이트가 부드럽게 열리는 이지 리프트 및 로워 테일게이트(EZ Lift & Lower Tailgate), 적재 및 하차를 편리하게 해주는 코너 스텝(Corner Steps), 어두운 곳에서 적재함을 비추는 카고 램프(Cargo Lamp)를 보면 100년 넘게 다져진 정통 픽업트럭의 노하우가 읽힌다. 
그런데 이런 콜로라도에도 의외의 장기가 있었다. 투박한 픽업트럭이지만 고급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에 7개의 스피커가 최상의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한다. 전장 5,415mm, 휠 베이스 3,258mm의 큰 차체는 2열 실내공간에도 여유를 선물했다. 2열 시트 아래에는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는 적재함도 있다.
공도에서의 주행성능도 콜로라도의 의외성이다. 3.6리터 V6 엔진이 발휘하는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 kg.m의 넉넉한 파워는 온로드에서의 탄탄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전고가 높음도 급 코너에서 허둥대는 일이 없다. 후륜에 기본 장착된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Mechanical Locking Differential)가 좌우 휠의 트랙션 차이에 따라 차동 기능을 제한(LSD, Limited Slip Differential)해준다. 좌우 휠의 트랙션 차이가 극도로 커질 경우 차동 기어를 자동으로 잠그는 차동 잠금 기능이 함께 작동해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트랙션을 유지한다. 
첨단 오토트랙 액티브 4×4(Autotrac Active 4×4) 시스템이 탑재돼 4륜 및 2륜 구동 방식을 운전자가 선택하는 파트타임 4WD 시스템도 지원한다. 노면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구동 방식을 변환하는 AUTO 모드도 있다.
움직이는 다락방, 한국지엠의 SUV 라인업에는 레저활동과 문화생활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반전 매력이 숨어 있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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