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구 생각났지만..." 채지선 마음 읽은 유희관의 '특급 센스’ [오!쎈 잠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07.08 09: 02

“소심해서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채지선(25・두산)은 지난 5일 잠실 한화전에서 5-4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첫 홀드가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2015년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8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채지선은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며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사진] 채지선(좌)-유희관(우) / OSEN DB

5월 5일 LG와의 개막전에서 곧바로 나갔지만, 폭투와 볼넷, 안타 등을 맞으며 고전했던 채지선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다시 한 달 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돌아온 채지선은 남다른 안정감을 뽐냈다. 복귀 후 나서 12경기에서 13⅓이닝을 던져 4실점을 하며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채지선이 중간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을 걸려 품게된 첫 기록 홀드. 채지선에게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만큼 기념구를 챙기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중간 투수로 나서 기념구 챙기기가 쉽지 않았다.
채지선에게는 ‘첫 홀드’ 기념구가 손에 쥐어졌다. ‘투수 조장’ 유희관이 채지선의 첫 홀드를 기억했고, 공을 챙겨두었던 것. 채지선은 “사실 기념구가 진짜 가지고 싶었다. 소심해서 달라는 말을 못하겠더라”라며 “그런데 (유)희관이 형이 챙겨서 줬다. 고마웠다. 희관이 형이 매니저님께 드려서 기록을 써달라고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희관의 센스가 채지선에게는 평생 간직할 보물을 안긴 셈이다.
이날 채지선은 경기를 마치고 “(유)희관이 형이 잘 챙겨주신다. 오늘만큼은 승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독기를 가득 품고 던졌다”고 밝히며 유희관을 향한 남다른 마음을 이야기했다.
한 점 차를 지켜내며 유희관의 시즌 6번째 승리 발판을 마련한 채지선. 유희관은 “나이스볼”이라는 말로 후배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채지선은 “못 던지면 1군에 다시 못 온다는 생각으로 던지니까 더 간절하게 던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주위에서 공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기고 던지게 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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