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잔류 티켓+사령탑 걱정 해소…장원삼 6이닝이 만든 희망 [오!쎈 창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7.02 10: 17

782일 만에 반전의 역투를 펼친 롯데 자이언츠 장원삼(37)은 향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했다. 그리고 사령탑의 고민까지 덜게 했다.
장원삼은 지난 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9구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5자책점)을 기록했다. 팀의 2-6 패배를 막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사직 두산전(3이닝 5실점)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도 장원삼은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장원삼은 약 2년 만에 6이닝을 채우는 역투를 펼쳤다. 삼성 소속이던 2018년 5월 11일 대구 KIA전(6⅔이닝 1실점) 이후 782일 만이다. 최고 139km의 패스트볼(22개)과 슬라이더(39개), 체인지업(24개), 그리고 커브(4개)까지 모든 구종을 구사했다. 홈플레이트 좌우를 정밀하게 활용한 제구력, 패스트볼 구속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승부를 통해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관록을 선보였다. 

롯데 선발 장원삼이 마운드 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rumi@osen.co.kr

비록 7회 벤치의 규정 미숙지로 인한 해프닝과 수비진의 실책으로 실점이 늘어났지만 그에 가려져서는 안되는 역투였다. 
삼성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지난해 LG에 둥지를 틀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LG에서도 방출되면서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지만 롯데에서 테스트까지 받으면서 현역 연장 의지를 보였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더 이상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봤던 장원삼이었다. 기대치도 낮았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들을 비웃듯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듯 했다. 덩달아 장원삼의 1군 잔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당초 대체 선발 정도의 쓰임새를 생각했던 롯데와 허문회 감독이다.
그러나 장원삼이 그 이상의 역할을 맡을 확률도 높아졌다. 1일 경기를 앞두고 허문회 감독은 “향후 장원삼의 활용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오늘 하루만 던지는 것 보다는 될 수 있는대로 1군에 같이 있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2군에서 담금질을 했던 과정들을 보고 받았고 이날 과정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완벽한 성공이라고 평가하긴 힘들지만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장원삼 스스로 1군 잔류 티켓을 획득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선발은 물론 좌완 불펜이 없는 팀의 상황까지 고려한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허 감독은 “불펜으로도 기용을 할 수 있다. 우리 팀에 좌완 불펜이 없으니까 그런 점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펜 투수로 구속으로 윽박지르는 유형은 아니지만 제구력과 전투적인 마인드는 불펜진에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아울러 이날 장원삼의 6이닝은 개인에게만 희망이 아니었다. 팀으로서도 이번 주 투수진 운영을 보다 수월하게 해줄 윤활유를 제공했다. 지난달 30일 롯데는 연장 11회 혈투를 펼치면서 투수 11명을 쏟아부었다. 10-8로 승리를 거뒀지만 투수진 출혈은 피할 수 없었다.
“승리를 해야하는 경기라고 생각해서 불펜 투수들을 모두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 주 투수 운영이 걱정이긴 하다”고 말한 허문회 감독이었다. 그러나 장원삼이 6이닝을 버티며 그 걱정마저 덜게 했다. 패하긴 했어도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7회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하고 장원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박시영이 1이닝 무실점, 그리고 8회 김유영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추가로 2명의 투수를 투입해 경기를 끝냈다. 마무리 김원중과 필승조 구승민이 이날 완전 휴식조에 포함돼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불펜진도 함께 휴식을 취한 셈이었다. 
2일 선두 NC와의 주중 3연전 위닝시리즈를 놓고 싸우게 되는 롯데다.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의 등판이다. 장원삼의 6이닝 덕분에 불펜진도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장원삼 개인으로도 이번 등판으로 인해 1군 잔류라는 희망을 싹틔울 수 있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