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필승조' 유원상, 커터 같은 슬라이더가 운명을 바꿨다 [오!쎈 잠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7.02 09: 02

 지난해 방출된 후 KT 위즈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은 투수 유원상(34)이 필승조로 우뚝 섰다. 6월에 보여준 유원상의 피칭은 재기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좋은 공을 뿌리고 있다. 
유원상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의 1차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한화에서 2011년 LG 트윈스로 이적해 2012년과 2014년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8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지만,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방출됐다. 최근 5년간 평균자책점 5~6점대로 부진했다. 
유원상은 5월말 1군에 올라와 3경기에서 2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6월에는 리그 최강 불펜 중 한 명으로 손색이 없었다. 16경기에서 18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불펜 투수 중 6월에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 KT 불펜에서 유원상이 빠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8회말 마운드에 오른 KT 투수 유원상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

방출 설움이 동기부여가 됐을까. 몰라보게 달라진 비결이 뭘까. 이강철 KT 감독에게 그 이유를 묻자 “높낮이를 잘 쓴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의 높낮이를 활용한다는 것. 또한 “패스트볼도 좋아지고, 슬라이더를 커터 식으로 쓴다. 구속이 137km까지 나오는데 좋다”고 덧붙였다. 꺾이는 각이 짧지만, 스피드는 직구에 가깝게 빨라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꼽았다. 이 감독은 “5월에는 됐다 안 됐다 그랬다. 될까 안 될까 불안했다. 이전까지는 실패했으니까. 조금씩 되면서 편안하게 던지고, 필승조가 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최근에는 공이 잘 들어가더라. 자기 볼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재기할 때는 내 공을 믿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도 선수 때 그랬지만, 자기 볼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철 감독은 1989년 프로 데뷔 15승을 시작으로 1998년 15승까지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999년 무릎 수술을 받고 2000년 삼성 이적 후에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1년 다시 KIA로 돌아와 2002~2004년에는 불펜에서 마무리, 셋업맨으로 맹활약하다 은퇴했다. 
유원상은 30일 LG전에서 2이닝 6타자 퍼펙트로 막아냈다. 투구 수 14개로 간단하게 처리. 슬라이더 10개와 직구 4개였다. 이 감독이 언급한 134~139km의 슬라이더가 효과적이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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