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얼굴과 몸짓, 그에 집중하는 '#살아있다'[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7.01 10: 40

 생존 스릴러 ‘#살아있다’는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청년 오준우(유아인 분)의 일상을 비추며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을 습격한 정체 불명의 존재를 한층 더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공배급 롯데, 제작 영화사 집・퍼스펙티브픽처스)에서 청년 오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돋보인다.
오준우는 자신의 평화롭던 삶에서 갑자기 위기가 닥치고 가족이 위험에 빠지자 황망하게 괴로워한다. 그를 온몸으로 표현한 유아인이 자꾸만 위축되어가는 준우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화면에 담아냈다.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보는 내내 유아인이 그린 준우의 얼굴, 그의 감정 과 가치관 변화에 몰입하게 된다. 좀비가 출몰하는 영화는 국내외 여타 작품에서 줄곧, 수없이 봐온 이야기이지만 유아인 표 좀비물은 다르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캐릭터 만큼은 자기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며 밀어부친 유아인의 연기적 태도 덕분이다.
준우의 힘을 잃은 눈빛과 손짓, 몸짓은 곁에 그 누구도 없다는 것을 알리며 불안정하게 텅 비어 있다. 아파트에 갇힌 이후,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도 어딘가에는 쉬이 포착하기 어려운 차이가 존재하는데, 유아인은 준우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그렸다.
인기 유튜버로 살며 높은 인기를 누리던 인간 오준우가 자신의 그 단단한 지반에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유아인의 얼굴을 보며 깨달았다. 초점을 잃은 시선과 몸짓은 더 이상 준우에게 그 어떤 의지도 남아있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희망을 잃은 공간에서 살 의욕을 잃은 것.
한 사람 안에서 몸과 눈, 코, 입이 모순적으로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알게 됐다. 유아인은 준우를 체화해 자신의 안으로 깊숙이 끌어안았다. 카메라는 그의 작은 변화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온전히 집중했다. 
좀비가 집 안까지 쳐들어와 위축된 준우는 건너편 동에 사는 청년 김유빈(박신혜 분)을 만나 편안하게 이완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아인도 주인공 준우처럼 편안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살아있다’는 준우가 유빈을 만나기 전, 만남, 의기투합 이후로 구성해 그의 기묘한 변화의 순간을 담았다. 캐릭터 그 자체를 그린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유아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러닝타임 98분.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사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