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람 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유구다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0.06.29 13: 58

지난 25일 프로야구 인천 SK 염경엽 감독은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2회초가 끝나는 순간 덕아웃에서 쓰러졌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곧장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실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4시간 후 검진 결과는 ‘불충분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매우 쇠약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구급차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손과 발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병원에 동행한 SK 관계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 증세라고 하더라”며 “가족에 의하면, 감독님은 어제 2시간도 못 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의 시간을 보낸 염 감독은 여전히 치료중이다. 뇌혈관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계속 검사도 받고 있다. 일단 SK 구단은 염 감독이 건강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 
SK와 같은 연고지인 인천 유나이티드는 유상철 감독 복귀를 알렸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29일 "유상철 감독 본인이 직접 복귀 의지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구단에 직접 복귀 의지를 보이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시즌 인천의 성적 부진에 대해 유 감독이 책임감을 느끼신다. 복귀해서 스스로 결자해지하고 싶어하신다"라고 덧붙였다.
건강이 최우선인 만큼 인천 구단 입장에서도 유 감독의 복귀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복귀를 앞두고 유 감독의 건강이 우선이다. 담당 의사와 만나서 업무 수행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면서 "만약 의사의 OK 사인이 떨어지면 최대한 빨리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매년 강등 위기에 빠지는 인천은 유상철 감독 아래서 똘똘뭉쳐 지난해 강등 위기서 벗아났다. 하지만 당시 유 감독은 췌장암 4기 소식으로 충격을 안겼다. 췌장암 투병에도 마지막까지 벤치에 앉아서 인천의 기적과도 같았던 잔류를 이끈 유상철 감독은 지난 1월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꼭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인천 사령탑을 떠난 직후 유상철 감독은 부지런하게 치료를 받으며 암과 맞섰다. 다행히도 13번의 항암 치료의 효과가 나타나며 많이 호전된 상태다. 최근 유상철 감독은 대외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임완섭 전 감독이 사퇴한 뒤 유상철 감독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는 소식이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항암치료를 통해 몸 상태가 좋아졌지만 여전히 암과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유 감독이 다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팀 성적과 상관 없다. 감독이 단순히 선수단만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버텨내기 쉽지 않다. 게다가 성적까지 좋지 않다면 스트레스를 통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커진다. 
염경엽 감독도 비슷한 처지였다. 25일 경기를 앞두고 팀 고참 선수들과 식사를 하며 용기를 북돋았다. 선수단만 생각하던 감독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인천도 위기 탈출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유상철 감독 복귀는 선택해서는 안될 방법이다. 강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지도자를 선택하면 된다. 유상철 감독 본인이 복귀를 강하게 원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선택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사람 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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