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까기 아버지 웃게한 아들...이성곤, “근래 가장 밝은 표정” [부산 톡톡]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6.27 17: 38

“근래 봤던 표정 중 가장 밝은 표정이라 놀랐다.”
삼성 라이온즈 이성곤(27)은 그동안 늘 아버지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현역시절 리그를 주름잡던 대선수였던 이순철 해설에 비해 이성곤이 아직 1군 무대에서 남긴 발자취는 미약하기만 하다. 아버지 이순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모두까기’는 아들에게도 예외가 없다. 오히려 아들을 향해 독설의 강도는 높아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성곤의 기세는 아버지의 독설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고 표정을 밝게 만들고 있다. 지난 26일 사직 롯데전, 이성곤은 0-0으로 맞서던 6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의 초구 135km 체인지업을 통타, 우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지난 2014년 1군에 데뷔한 뒤 7년 차 만에 때려낸 감격의 첫 아치였다. 

6회초 무사에서 삼성 이성곤이 선제 솔로포를 날리고 있다. /jpnews@osen.co.kr

공교롭게도 이날 이순철 위원은 방송사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고, 방송 도중에는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이 아닌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방송에 임했다. 
이성곤은 이를 보며 “주위에서 SNS 메시지로 영상과 캡처 화면을 너무 많이 보내주셔서 안 볼수가 없었다”며 근래 봤던 아버지의 표정 중에서 가장 밝은 표정이셔서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이어 “통화는 못했고 메시지로만 대화를 나눴다.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홈런 친 것은 친 것이지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잘 유지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대화 내용을 밝혔다.
타격 이론에 해박한 아버지지만 아들을 향해서는 신중함을 유지한다고. 이성곤은 “오래동안 지켜보시지 않으면 조언을 잘 안해주신다. 단편적으로 보고 지적하하는 분은 아니시다. 데이터가 쌓이면 편하게 조언을 해주시는데 단편적으로 지적을 안해주신다”고 아버지의 성향을 전했다. 다만, 방송 중의 독설에 대해선 “아버지도 프로페셔널이다. 아버지께서는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고 말했다.
첫 홈런 자체가 아니라도 최근 이성곤의 페이스는 만년 유망주의 알을 깨고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올 시즌 13경기 타율 4할1푼7리(24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 OPS 1.006의 성적이다. 
첫 홈런 당시를 회상한 이성곤은 “2군에서 연습할 때도 상상했던 순간이긴 한데, 제가 생각했던 쉬운 상황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홈런이 나왔다. 그래서 배로 기쁜 것 같다.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홈런 없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선수도 부지기수. 그런 선수가 도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이성곤의 마음 한 켠에 있었다. 그는 “그동안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다. 그래도 야구를 했는데 1군에서 경기는 뛰는데 홈런 하나 못치고 은퇴하면 어쩌나 생각했다”는 속내를 전했다. 하지만 경험, 그리고 준비의 과정을 통해서 달라진 올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이성곤은 작년, 재작년 경험들을 토대로 1군에서 기회를 많이 받고 있고 2군에서 김종훈 코치님과 준비했던 것들을 유지하고 잘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외모가 아버지를 갈수록 닮아간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웃으며 “예전부터 자주 봤던 사람들도 갈수록 아버지와 닮아간다고 말하더라. 그래도 키랑 성격은 외탁했다”고 웃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이성곤이다. 그는 “한 것에 비해서 많은 관심을 받아서 민망하다. 아직도 과정에 있다. 올라서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를 한 상태에서 흔들리지 않게 과정을 이어갈 생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성곤은 자신의 다짐을 이틀 연속 실천했다. 인터뷰 직후 27일 롯데전, 이성곤은 2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롯데 선발 아드리안 샘슨의 초구 147km 패스트볼을 통타해 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jhrae@osen.co.kr 
이순철 한은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