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진영의 꿈 담은 '사라진 시간', 지루함은 날려버렸다[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6.27 06: 50

 한적한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 김수혁(배수빈 분)은 아내 윤이영(차수연 분)과 함께 소소하지만 풍족하게, 일상의 여유를 느끼며 살아간다. 서울에서의 삶과 달리 화려하진 않지만 서로를 챙겨주고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떤 부부보다 충만하게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하나 있었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남들이 알게 되면 자칫 일상의 행복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쉬쉬하며 지냈는데, 수혁이 맡은 학급에 한 학생의 아버지인 정해균(정해균 분)이 결국 알게 되면서 작은 마을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게 된다.
영화 스틸사진

영화 스틸사진

그러던 어느 날 김수혁, 윤이영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일련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형사 박형구(조진웅 분)가 나타난다. 그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이 마을 사람들이 부부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며 의심한다. 그러나 형구가 이튿날 아침에 잠에서 깨자 모든 상황이 180도 달라져 있어 충격을 안긴다.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놓칠까 걱정돼 잠도 오지 않을 정도인데 마을사람들이 나오는 몇몇 장면을 비롯해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영화 스틸사진
초반엔 가족 드라마 같다가도 공포와 불안심리 때문에 스릴러로 변모하고, 형사의 등장부터는 미스터리로 흘러간다. 영화는 형구의 ‘사라진 시간’을 추적하기보다 처음부터 그가 누구였는지에 집중한다. 관객에게 우리가 기억하는 내 자신이 맞는지, 우리의 기억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꿈은 무의식이 만든 욕망의 쓰레기, 상상은 의식이 만든 욕망의 쓰레기”라고 말하는 의사의 대사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이 영화는 1988년 연극 ‘대결’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배우 정진영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학창시절 가슴 속에만 품고 있던 연출의 꿈을 데뷔한 지 32년 만에 이루게 됐다. 비록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받지 못 했지만 그의 과감한 도전과 주제를 던지고자 하는 뚝심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러닝타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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