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로 ‘인싸’된 롯데 김준태, 미소 찾고 주전급 포수로 도약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6.25 05: 24

롯데 자이언츠 포수 김준태(26)가 갖고 있는 표정은 그리 많지 않다. 감정 표현이 많은 선수가 아니다. 늘 ‘뚱한’ 표정으로 덕아웃에서 시간을 보내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성격도 활달한 편이 아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다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해 김준태는 ‘인싸(인사이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올해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 취재 당시의 일이다. 행크 콩거 배터리 코치의 지휘 아래 포수진과 엑스트라 훈련을 마치면 투수 및 다른 포지션 플레이어보다 훈련이 늦게 끝나곤 했다. 오전 훈련 후 포수진과 추가적으로 자율 훈련을 실시한 야수들이 식당에서 뒤늦게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때 김준태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밥'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른 후배 선수들이 뒤늦게 합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김준태는 ‘혼밥’이 편한 유형의 선수라고 느꼈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김대명 분)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
올 시즌에 앞서 롯데 포수진 구성을 예상할 때 김준태는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트레이드로 지성준이 영입되고 수비에서 호평을 받고 있던 정보근이 있었다. 나종덕은 최근 두 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 경험치를 쌓았다. 김준태를 향한 세간의 평가는 공격력에서는 지성준보다 떨어지고, 수비력에서는 정보근, 나종덕보다는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이었다.

8회말 무사 1루에서 롯데 김준태가 키움 박정음의 파울 타구를 처리하며 1루주자 김하성을 2루에서 잡아내고 있다. /jpnews@osen.co.kr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김준태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스타일이다. 훈련들을 충실하게 소화했고 지난해 문제로 제기됐던 블로킹과 포구 문제 등을 대부분 해결하면서 지성준을 제치고 개막 엔트리에 입성했다. 
초반 주전 포수 마스크는 정보근에게 내주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김준태는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수비에서 정보근에 뒤지지 않는 안정감을 과시했다. 허문회 감독은 포수 2인 체제를 운영하면서 아드리안 샘슨, 박세웅, 노경은이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김준태에게 선발 마스크를. 댄 스트레일리와 서준원이 마운드에 오를 때는 정보근에게 선발 포수를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출장 비중도 높아졌다. 허 감독이 강조한 포수로의 최대 덕목인 수비에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자 원래 강점이었던 방망이까지 살아났다. 
현재 36경기 타율 2할2푼4리(76타수 17안타) 1홈런 9타점 OPS 0.656의 기록이 공격형 포수라 불리기에는 부족하지만 6월 한 달 간 타율 2할8푼3리(46타수 13안타) 1홈런 7타점 OPS 0.831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23일 사직 KIA전에서는 2타점 끝내기 적시타로 팀의 4-3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현재 시즌 득점권 타율은 3할1푼6리로 순도도 높다. 또 장점 중 하나인 선구안도 확실하게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준태는 이렇듯 맹활약과 함께 미소를 되찾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싸’로 거듭났다. 외국인 선수들이 ‘매의 눈’으로 김준태를 관찰한 결과다. 댄 스트레일리가 지난 6일 사직 KT전(7이닝 무실점)이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면서 경기 전 국민의례 때 무표정의 김준태를 프린트해서 만든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스트레일리는 당시 “(김)준태는 늘 심각한 얼굴인데 이 옷을 보고 웃는 모습을 보였다. 준태도 좋아했다”면서 김준태를 ‘인싸’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른바 ‘준태티’를 제작해 입고다닌 지난 6일부터 롯데는 10승6패로 이 기간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스트레일리가 만든 ‘승리 부적’이 효과를 내고 있다. 샘슨은 23일 끝내기 때 '준태티'로 갈아입고 끝내기 세레머니를 함께하기도 했다. 
당초, 구단은 ‘준태티’의 제작 판매 계획이 없었지만 팬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전격 판매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일부터 예약주문하기 시작한 ‘준태티’는 예약 하루 만에 500장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김준태의 끝내기가 나온 시점 이후에는 약 750장 가량이 추가 주문되는 등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팬들도 이제 김준태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 경기가 없는 지난 24일에도 약 230장 가량이 판매됐다. 현재까지 약 1800장의 물량이 판매됐다. 
그 누구보다 묵묵하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냈고, 그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동료들의 관심으로 ‘인싸’로 거듭났다. 김준태는 미소를 찾으며 주전급 포수로 도약하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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