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미안해" 고개 숙인 '복덩이' 호잉, 짠한 작별 인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6.23 05: 16

2년 전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끈 ‘복덩이’ 제라드 호잉(31)이 결국 시즌 도중 팀을 떠난다. 2018년 가을야구의 추억을 선사한 호잉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한화와 작별했다. 
한화는 22일 새 외국인 타자로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브랜든 반즈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호잉에 대해선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한화는 지난 14일 18연패를 끊은 뒤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팀 쇄신을 선언했고,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호잉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호잉은 지난 2017년 12월 한화와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하며 한국 야구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18년 첫 해 호잉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야구 전문가들로부터 ‘중도 퇴출’ 1순위로 꼽혔다.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로 약점이 뚜렷한 타격폼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 첫 타석에서 시프트를 깨는 기습 번트로 첫 안타를 신고하며 ‘복덩이’ 탄생을 예고했다. 

한화 제라드 호잉 /rumi@osen.co.kr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경기,2회초 무사 1루 한화 최재훈의 타석때 1루 주자 호잉이 도루성공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우려를 깨고 빠르게 적응한 호잉은 강한 어깨와 폭넓은 범위로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한 베이스 더 뛰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팀 체질을 바꿔놓았다. 찬스 때마다 결정타로 해결하는 클러치 히팅도 빛났다. 대전에서 둘째 딸을 낳을 만큼 호잉과 그의 가족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했다. 
2018년 팀 내 최다 142경기를 뛴 호잉은 타율 3할6리 162안타 30홈런 110타점 23도루 OPS .942로 활약하며 꼴찌 후보였던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10년 암흑기를 끊어낸 복덩이로 찬사를 받았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까지 할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선한 미소와 젠틀한 매너까지, 모두에게 사랑받은 복덩이였다. 
2019년에는 몸값이 두 배나 뛰어올라 140만 달러에 한화와 재계약했지만 첫 해만큼 강렬한 임팩트는 없었다. 124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135안타 18홈런 73타점 22도루 OPS .800. 성적이 하락했으나 시즌 막판 발목 피로 골절을 참고 뛰는 엄청난 투지를 보였다. 한용덕 전 감독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은 용병이 아니다. 우리 선수”라며 고마워했다. 
경기 종료 후 한화 호잉이 시상자로 나선 가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sunday@osen.co.kr
몸값이 115만 달러로 깎였지만 한화와 동행을 이어간 호잉, 그러나 3번째 시즌은 완주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약점이 드러난 타격에 한계를 보였고, 팀이 18연패로 추락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삼진을 당한 뒤 헬멧을 벗어 던지는 등 예민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현장에선 타순을 조정하거나 휴식을 주며 반등하길 기다렸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34경기 타율 1할9푼4리 4홈런 14타점 5도루 OPS .577.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5명 중 유일한 1할대 타율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호잉은 22일 대전에서 대구로 향하는 원정길에 선수단과 함께 이동했지만, 반즈와 계약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료되면서 대구 도착 후 웨이버 공시 통보를 받았다. 반즈와 계약 발표를 며칠 뒤로 미루면 호잉이 몇 경기 더 뛸 수 있었지만, 한화 구단은 모른체 시간을 끄는 것보다 빨리 알려주는 게 예의라고 판단했다. 구단과 면담을 가진 호잉은 23일 선수단에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짐을 꾸릴 예정이다. 
호잉은 구단과 면담 자리에서 “3년간 팀에서 많은 기회를 줬는데 미안하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정이 많이 들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줘 고맙다”는 진심을 전했다. 
7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 한화 호잉이 3루타를 치고 3루에 안착해 전형도 코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dreamer@osen.co.kr
비록 끝은 아쉬웠지만 호잉은 무려 11년 만에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끈 주역이었다. 한화에 가을야구 추억을 남기고 떠나는 호잉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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