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하리수가 밝힌 #성 정체성 #父 불화 #학창시절 [어저께TV]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20.05.30 06: 52

방송인 하리수가 어린 시절 성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은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해 고백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하리수가 게스트로 출연해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았다. 
하리수는 "어렸을 때 남자는 당연히 남자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는 저 스스로가 남자니 여자니에 대한 혼란을 갖지는 않았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쟤는 '여자같아. 예쁘다' 라는 말이 자연스러웠다. 고등학교 들어가서부터는 사춘기고 더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지금의 하리수가 될 수 있게 제 자존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해주신 선생님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하리수가 찾는 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생 주임으로, 일본어를 담당하셨던 전창익 선생님이었다. 그는 전창익 선생님에 대해 "학생 주임선생님이니까 용모 체크하고 소지품 검사를 하시지 않나. 저는 가방에 항상 화장품이 있고 손톱도 길었고 머리가 제일 길었다. 그런데 그냥 넘어가 주셨다. 저를 놀리거나 창피를 주신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서 저를 보호해주시고, 저를 저로 인정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 때 선생님께서 제가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아셨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남고를 다녔던 하리수는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게들 생각하시는데 의외로 편하게 다녔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이 다닌 두 명의 친구가 있다. 저까지 3명이 다 트랜스젠더고 다 호적을 바꿔서 한 명은 시집가서 잘 살고 있고 한 명은 솔로로 지내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리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차별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아빠가 저는 어려서부터 계집애 같다고 안 좋아하셨다. 아빠가 그래서 항상 집에 손님만 오면 낳지 말라니까 낳아서 저 따위라고 제가 듣는데 앞에서 저한테 매일 그러셨다. 아빠랑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는데 중학교 다니면서부터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전에 살던 집을 20여년 만에 방문한 하리수는 "아무래도 과거 일이 생각이 많이 난다. 저는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항상 아빠는 살가운 분이 아니셨다. 밖에 나가시면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분이다. 그런데 집에서는 굉장히 엄하셨다. 특히 제가 어릴 때부터 여성스럽고 하니까 기대에 못 미치셨나보다. 많이 섭섭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아빠한테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소풍간다고 용돈 달라고 얘기했다가 가죽허리띠로 맞기도 하고 옷을 홀딱 벗겨서 내쫓기도 하셨는데 기억을 못하시더라. 성전환 수술 사실도 아빠한테 알리지 않았다. 95년도에 수술했는데 5년 만에 아신 거다. 그리고 나서도 그 이후에 아빠와 대화가 없었다. 하리수로 활동하고 2011년에 '인간극장'에 출연했는데 얼굴 나오기 싫다고 모자이크로 나오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랑 마음이 벽이 생겨서 자꾸 멀어질 때 어느 순간 아빠의 뒷모습을 봤는데 그렇게 무서웠던 사람이 힘이 없고 키도 작고 너무 작아보이더라. 어느 순간 그냥 용서하게 되더라. 더 이상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되더라. 아빠한테 저는 천덕꾸러기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가 모시고 살고 용돈도 드리고 어디 갈 때도 같이 모시고 가고, 20년 째 모시고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자신을 보듬어 주신 분이 어머니였다며 "저는 그런 인생을 알고 시작했고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 상관 없는데 특히 엄마가 나 때문에 아픔을 겪은게 죄송스럽다. 성 바뀐 자식을 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힘드셨을 거다. 이후에 딸로 살면서 효도한게 많으니까 지금은 뿌듯해 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리수의 솔직한 고백은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여러 역경을 딛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된 하리수의 인생 스토리에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mk3244@osen.co.kr
[사진]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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