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사라진 시간', 충무로 보증수표 조진웅 만나 흥행할까(종합)[Oh!쎈 이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5.21 16: 44

1988년 연극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배우 정진영(57)이 데뷔 32년 만에 첫 연출작을 내놓게 됐다. 그동안 배우로서 감독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게 두려워 시도하지 않았지만 4년 전 마음을 굳게 먹고 시나리오를 썼고, 메가폰을 잡았다. 활동 33년 차에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배우로서 30년 이상 살아온 정진영의 인간미 넘치는 너털 웃음과 인간적 고뇌로 가득한 연기자의 눈빛 대신, 전체를 아우른 날카로운 ‘감독’ 정진영의 모습은 꽤나 흥미롭다.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BA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는 정진영은 21일 온라인으로 제작발표회를 열고 시나리오를 쓴 과정부터 영화를 촬영하기까지의 속내를 전했다. 주연배우 조진웅도 함께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사라진 시간’은 어느 날 의문의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진짜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진영이 각본 및 연출을 맡아 그간 쌓아온 내공을 발휘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그 다음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며 “선배님, 감독님에게 ‘혹시 원작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라며 “작품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맛이 있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진웅을 1순위로 염두했다고 털어놨다.
정진영은 조진웅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저는 감독들이 ‘배우를 상상하며 썼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근데 감독이 돼 캐릭터 인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다 보면 어떤 배우를 상상하면서 쓰게 되더라. 자연스럽게 조진웅이 떠올라 연기하는 걸 상상하면서 썼다”고 조진웅을 캐스팅 1순위로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조진웅은 이날 정 감독이 자신을 1순위로 둔 것에 대해 “감독님이 왜 저를 염두하셨는지 궁금했다.(웃음) 그 다음날 바로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선배가 주는 위압감도 있었다(웃음)”라며 “앞선 작품들에서 맡았던 형사는 집요하거나 막무가내였는데, 이번 작품 속 형구는 생활밀착형 형사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형사의 정의는 있다. 정의스러움은 있지만 생활 속에 밀착해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6월 18일 개봉하는 ‘사라진 시간’은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수혁(배수빈 분)과 그의 아내 이영(차수연 분)이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한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형구는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마을이장 두희(장원영 분)와 그의 친구이자 또 다른 마을주민 해균(정해균 분)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추적한다. 그러나 형구는 하루 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충격적인 상황에 빠진다. 갑작스럽게 집, 가족, 직업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된 형구가 본래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정진영은 “전개가 예상할 수 없는 과정으로 흘러가게 하고 싶었다”며 “중간중간 코믹한 내용도 담았다”고 예고했다. 예측불허 기묘한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색다른 재미로 무장했을 ‘사라진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어 정진영은 “‘사라진 시간’이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면에서는 (상업+독립 영화의)중간 지점에 있는 거 같다. 저는 이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해소되는 게 아니라 뭔가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은 첫 연출작이자, 마지막 연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을 자유롭게 썼다고 한다. 그는 이날 “자유롭고 싶었다. (제가 앞으로 또 연출한다는 기약이 없으니) 자유롭게 가도 될 거 같아서 그런 형태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정진영은 “제가 57세인데, 배우가 되기 전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며 “조진웅 배우를 비롯해 많은 배우, 스태프의 도움을 받았는데 촬영지까지 도움을 줘서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진영은 “배우로서의 경험이 영화 연출에 도움이 됐다. 배우는 전문가라서 준비를 잘 해온다. 감독의 입장에서 배우가 준비해온 걸 믿고 가면 됐다”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흥행 성적으로 보면, 출연작들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일명 ‘충무로의 흥행 보증 수표’로 우뚝 섰다. ‘독전’(감독 이해영, 2018) 속 형사 원호의 모습과 다를 ‘사라진 시간’ 형구의 모습이 어떨지 예비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내달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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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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