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롤챔스] 어느새 8년… ‘쿠로’ 이서행의 치열한 여정
OSEN 임재형 기자
발행 2020.05.21 08: 44

 비슷한 시기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은퇴를 하고 있지만,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KT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 인크레더블 미라클(IM) 소속으로 데뷔한 이서행은 무려 8년 동안 꾸준한 실력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전성기 시절인 2015년, 2016년에는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준우승, 4강의 호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서행의 진가는 큰 대회에서 드러난다. 이서행은 지난 2015년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 리그제가 도입된 이후 전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5년 간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시즌은 중국 무대에 도전했던 2019 스프링 뿐이다. 한 시즌 뒤 이서행은 소속팀 비리비리 게이밍을 플레이오프에 올려 놓으면서 ‘승부사’의 모습을 다시 보여줬다.
다시 한국에 복귀했던 2020 스프링 시즌 또한 이서행은 변함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KT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시즌 초반 5연패를 딛고 팀원들과 함께 대반등을 일궜다. 이처럼 이서행이 LCK의 대표적인 ‘믿을맨’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OSEN은 지난 20일 이서행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이서행은 ‘플레이오프 청부사’ 이야기를 꺼내자 “나도 잘 모르는 사실이었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서행은 LCK 기준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20 스프링 시즌 중반까지 해당 기록을 인지하지 못했고, 주변에서 알려줘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플레이오프 마지노선 밑으로 내려갔던 적이 없었다. 다만 당시 우리팀은 플레이오프에 한번도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 팀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충분히 강한 팀이다’라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러한 이서행의 변함없는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는 ‘프로의식’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서행은 지난 2013년 데뷔 이후 단 한시즌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달려왔다. 이서행은 지금까지의 프로생활을 돌아보며 “쉬면 커리어를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긴장감을 놓지 않고 계속 경기에 임하는 것이 이서행이 밝힌 ‘믿을맨’의 비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서행은 은퇴가 아닌 휴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예전부터 이서행은 휴식 후 복귀한 선수들이 재취업과 팀 적응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서행은 “주변의 선수들이 ‘쉬고 싶다’는 상담을 할때가 있다”며 “휴식보다는 경력을 계속 이어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끝까지 하고 군 복무를 하는 것이 낫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LOL을 플레이한 베테랑이지만 이서행은 후배들한테도 끊임없이 영감을 얻는다. 최근 담원의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는 모두 다른 챔피언을 사용하며 챌린저 랭크를 유지하고 있다. 이서행은 이에 대해 “도전정신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특정 챔피언 장인들은 많아도 모든 챔피언을 다 써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재밌어 보이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중에 나도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은퇴 시기를 1~2년 후로 예상하고 있는 이서행은 남은 프로기간 동안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한다. 현재 이서행은 2년 만의 롤드컵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서행은 “스프링 시즌 종료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은 플레이를 다듬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꼭 롤드컵에 진출하겠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마음 속에 와닿는 국제대회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OSEN은 베테랑 게이머로서 신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이서행은 자신의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지 않도록 “처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행은 “내가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할때보다 e스포츠 시장이 많이 커졌다”며 “지금은 프로로서 마음가짐,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발언, 행동을 신중하게 처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lisc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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