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캠' 30주년, 제작진이 본 DJ 배철수(ft.송골매 프로젝트)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3.19 17: 54

단 한 번도 청취율 1등인 적 없던 팝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30년을 버텼다. 그 중심엔 단연코 DJ 배철수가 있었다. 
MBC는 1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옥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 30주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최근 전 세계를 떨게 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 자리였으나, 이 자리는 어느 때보다 '배캠’다웠다. DJ 배철수를 필두로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코너지기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모두 모였기 때문. 기자간담회 진행 또한 '배캠’의 배순탁 작가가 맡았고, 프로그램 30주년 기념 배철수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를 촬영한 조성현 PD도 함께 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이들을 지켜보는 청취자들까지. 1990년 3월 19일부터 2020년 오늘(19일)까지 꼬박 30주년을 채운 자리에 걸맞은 구성이었다.

[사진=MBC 제공]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DJ 배철수가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했다.

이처럼 기쁜 자리에서 으스댈 법도 하건만 정작 배철수는 스스로를 "디스크자키 배철수"라고 가볍게 소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그는 "라디오라는 게 청취자 분들이 들어주시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는 이 프로그램이 청취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최근에는 늘 그렇게 얘기한다. 저는 별 거 아니고, 임진모도 별 거 아니다. 청취자 분들이 최고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분들께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배캠' 청취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사진=MBC 제공] '배캠' 제작진이 기자간담회에서 배철수에 대해 평했다. 임진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배순탁 작가.
물론 배철수 본인의 겸손과 별개로 그는 '배캠' 제작진에게 누구보다 큰 존재였다. 30년 동안 매일 '배캠' 원고를 작성한 김경옥 작가는 배철수의 첫인상에 대해 "날라리티 나서 깜짝 놀랐는데 그때는 날라리티 나는 게 좋았다"며 "지금은 믿음을 주는 목소리가 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뭐가 변한지는 모르겠다. 원래 가까운 사람들은 모른다"고 배철수의 매력을 칭찬한 뒤 "지금은 다른데, 한 마디를 해도 내가 하면 신뢰성이 없는데 배철수가 하면 믿음도 간다. 원고 쓰는 입장에서는 옛날에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며 웃었다.
24년 동안 코너지기로 활약한 임진모는 "'배캠’은 제가 하는 게 영광이기 때문에 비교적 성실하게 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만약에 불가피하게 못했을 때는 그 주가 우울했을 정도였다"며 "그리고 배철수 씨랑 저를 한 번도 비교해본 적이 없다. '저분은 저런데, 나는 이렇다’고 해본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왜냐하면 배철수는 진행자고, 송골매 할 때부터 알고 있었고, DJ 이후도 알고 있었다. 항상 '이 분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매력이 있다. 어떤 때는 배철수 씨의 말하는 거나 행동도 은연중에 따라 하게 되고, 어떤 때는 나도 영향 속에서 했던 것 같다"며 "그 사람의 매력은 불가침 영역이다. 그래서 저도 23년 동안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에서 제일 무서운 게 지루함, 외로움이다. 그런데 배철수 선배의 프로그램이 지루하지 않은 것 같다. 매력이 있어서"라고 평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경옥 작가는 "배철수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옆에서 보기에는 느티나무 같다. 제가 나무들을 다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이에 김빛나 PD도 '배캠’만의 특별한 점에 대해 "든든한 느티나무 같은 배철수 진행자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임진모는 "'배캠' 성공 동력이 배철수의 자유다. 이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래 못했을 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MBC 제공] '배캠'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배철수가 포즈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철수는 '배캠' 30주년의 영광을 제작진에 돌렸다. 그는 "'PD 노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한테도 PD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PD 역할이 콘솔 박스에 앉아서 마이크 올리는 줄 아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조망해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선정해서 가는지가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PD가 선장이다. 저조차도 30년째 하고 있지만 PD가 누구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배캠' 30년 동안 변화한 음악관에 대해 "제가 원래 록 음악을 좋아했고 밴드 생활하면서도 음악은 록이 최고고 그 외 장르는 허접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장르가 히트해도 음악적으로 큰 가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990년에 '배캠’을 시작하면서 청취자들이 신청곡을 보내는 건 히트곡이지 않나. 억지로라도 듣기 시작했다. TOP40 안에 든 히트곡은 다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찾아들었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까 음악에서 장르는 중요하지 않더라. 컨트리송과 힙합은 정말 먼데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세상이 됐다. 우리 가요계도 트로트가 유행인데 록 음악과 트로트도 똑같이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지금은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다. 그리고 대중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음악은 딱 두 가지만 있는 것 같다. 좋은 음악, 그렇지 않은 음악. 장르는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해 울림을 남겼다.
[사진=MBC 제공] '더 디제이'를 연출한 조성현 PD.
이 가운데 조성현 PD는 최근 3개월 동안 '더 디제이' 촬영 차 배철수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귀찮아 찍지 마’를 찍는 동안 15회를 하시고 '연출하지 마’를 8번을 하시더라. 카메라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라디오를 한 것 같더라"라고 폭로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그럼에도 근래 몇 달 동안 따라다니면서 찍었다. '배캠’이 30주년이라 허락한 공간이었다"며 "처음에 생각했을 때 30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보려고 붙었다. 그런데 처음 목표는 1년 버티기였다고 하시더라. 그 답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게. 그게 30년을 온 원동력 같더라"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제가 생각 못한 감동 포인트가 있다. 스스로는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관찰한 입장에서는 배철수라는 사람들이 30년을 지켜온 원칙이 있다. 남들은 지키기 쉽지 않은 유혹도 있고,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견지해온 게 30년을 온 이유라고 본다"고 밝혔다.
나아가 조성현 PD는 '더 디제이'를 꼭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이 얼마 없다. 이번에 3개월 정도 배철수 아저씨를 보면서 흔치 않게 사람을 보고 실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았다. 피사체에 대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망하지 않았다.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부했다.
[사진=MBC 제공] '배캠'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배철수가 포즈를 취했다.
멋있게 늙어가는 배철수의 다음 '배캠’은 어떨까. 배철수는 "결국 청취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지금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 생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그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2~3년 전에는 그런 생각도 했다. 30년까지 마무리하고 락 밴드로 시작했으니 제 방송, 연예 생활의 마지막은 다시 락 밴드로 끝맺음을 하고 싶었다. 구창모 씨하고 다시 얘기해서 송골매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고 싶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배철수는 "확실하게 얘기된 건 아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우선 방송 프로그램은 라디오는 늘 그렇듯 6개월마다 개편한다. 개편하면 6개월 더 시간이 주어졌다고 6개월 단위로 끊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5년이나 10년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이번에 개편하면 가을이나 겨울까지 열심히 하고 또 6개월 넘어가면 또 6개월 할 거다"라고 밝혔다.
또한 "송골매 프로젝트는 올해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모든 일은 오늘 이후로 미뤘다. 구창모 씨하고 팀 하고 만나서 얘기를 이달 말에 하기로 했다. 일단 만나기로 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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