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타자→투수' 벼랑 끝에서 커터 쥔 김대우의 절박함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2.16 10: 02

벼랑 끝에서 구세주가 될 수 있는 구종을 만났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대우(36)는 절박한 심정으로 미지의 구종을 쥐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KBO리그에서 김대우만큼 굴곡진 야구인생을 갖고 있는 선수가 있을까. 대만프로야구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투수로 입단했고, 타자로 전향, 그리고 투수로의 재전향까지. 재능만큼은 뛰어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김대우가 프로에서 남긴 기록은 투수로 9경기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15.63, 타자로 146경기 타율 2할1푼2리(325타수 69안타) 7홈런 42타점이 전부다. 
그러나 지난 오프시즌 동안 김대우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구단은 김대우에게 커터를 추천했다. 김대우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절박한 심정으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잡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현재까지는 긍정적이고, 구단 역시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아무런 성과가 없는 그가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 김대우가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김대우는 “지난해 9월 쯤에 성민규 단장님이 제 랩소도나 트랙맨 데이터를 보셨나 보더라. 그 때 패스트볼 구속은 나쁘지 않은 편인데 회전수도 평범하고 위력적이지 않다고 하시더라. 저도 공 끝에 힘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투심을 던지려고 애쓰는 중이었는데 구단에서 갑자기 커터를 추천하시더라”면서 “커터는 처음 접해봤고 던질 줄도 몰랐다. 일단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의 느낌으로 시험삼아 던졌는데 회전수나 무브먼트가 괜찮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지금까지 커터를 배우고 있다”고 커터를 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구단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조쉬 헤르젠버그 어퍼레벨 코디네이터는 “김대우는 공을 다루는 재주가 있는 선수다. 지금까지 커터 습득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데이터상에 나오는 구속이나 회전수, 회전축 모두 만족스럽다. 조금만 더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더 좋은 구종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그는 “힘들긴 한데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지난 10월 NC와 교육리그를 하면서 커터만 던졌다. 근데 타자들이 의외로 잘 못 맞히더라. 만약 결과가 안좋았으면 다른 구종을 연습했을 텐데, 교육리그가 좋은 계기가 됐다. 커터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컨트롤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인데 지금은 던지고 싶은 곳으로 잘 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7~80%정도다. 실전에서 어떻게 던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 지금도 얘기하기로는 정말 좋다고 하더라. 그리고 커터를 던지면서 패스트볼도 좋아졌다고 하더라”면서 “너무 커터만 하지 말고 패스트볼도 던져가면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해준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도 함께 던질 것이다. 타자를 또 해봤으니 3개의 궤적에서 다르게 공이 날아오면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의 진행과정도 언급했다. 
영상들도 참고 하면서 자신만의 커터 그립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마리아노 리베라와 켄리 잰슨의 영상을 보고 따라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다들 자신만의 비법이 있는 것 같더라. 우리 팀에 커터를 던지는 (김)건국이나, (진)명호 등에게 물어보면서 내 커터를 탄탄하게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리그를 대표하던 커터 투수 손승락의 은퇴는 김대우를 아쉽게 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 영상도 찾아봤고, 또 (손)승락이 형의 영상도 찾아보고 했다. 승락이 형이 왔으면 더 많이 물어봤을텐데 은퇴를 해서 아쉽긴 하다”고 덧붙였다.
구단의 대규모 방출 행렬이 있던 순간에도 담담했던 김대우다. “만약 내가 방출이 된다고 했으면 받아들였을 것이다. 내가 보여준 것도 없다. 그게 내 운인 것이다”는 김대우다. 하지만 커터와 함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그는 “운 좋게도 구단이 좋게 봐주셔서 한 번 더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 역시도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나이. 그는 “부상으로 날려보낸 4년이라는 시간이 지금 너무 아깝다. 조금이라도 선수생활을 길게 해보려고 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 젊은 선수들보다 몸 상태는 좋다고 자부한다”고 웃었다.
이제는 더 이상 후회와 미련 없이 선수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김대우는 “나의 커터를 완벽하게 만들어서 던지고 싶다. 홈런을 맞든 점수를 주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던져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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