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5천’ 송승준 백지위임 이유, ‘박찬호 조언, 사직의 함성, 우승’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2.15 06: 02

롯데 자이언츠를 넘어 KBO리그 현역 투수 최고참에 속하는 송승준(40)은 지난 2016년 맺은 4년 40억원의 FA 계약이 지난 시즌으로 끝났다.
롯데 현역 최다승(107승)이자 구단 역대 최다승 2위(1위 윤학길 117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에 계약이 끝났고, 팀도 전면적인 개편을 하고 있었다. 송승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취가 결정될 수 있었다.
송승준은 “지난해 8월 말에 올라와서 나름대로 잘 던졌다. 당연히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단순히 1년 계약 연장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내가 공을 더 던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면서 고민의 시기를 되돌아봤다. 

롯데 송승준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송승준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의지해 온 박찬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20살 때부터 야구인 중에 유일하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박)찬호 형 뿐이다”면서 “찬호 형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1군이든 2군이든 중요하지 않다. 네가 멋지게 던진 적도 있었고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40살이 넘는 나이에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는 것에 감사를 해야 한다. 1군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네 나이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 자체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박찬호의 조언과 스스로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 현역 연장을 더 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한 달 정도를 고민을 했는데, 내가 아직 공을 던지면서 느끼는 손 끝의 그 느낌을 잊지 못했더라. 그냥 야구를 더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직구장의 함성은 송승준이 영원히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는 “사직구장에서 삼진을 잡고 덕아웃으로 들어갈 때 팬 분들이 기립박수를 쳐 주시는 순간은 정말 스릴있고 소름 돋는다. 그런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역으로서 다시 그 짜릿함을 느껴보고 싶은 게 송승준의 솔직한 마음이고 현역을 연장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이후 그는 구단을 먼저 찾아갔다. 그가 봐왔던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구단과 씁쓸한 결말을 남겼던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참 선배들이 구단과 항상 막판에 항상 삐끗하면서 나가는 것을 봤다. 비즈니스 관계일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다보면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구단이 시즌 끝나고 방출 통보를 할 수도 있고 은퇴 권유를 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내가 먼저 찾아가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구단에 먼저 백지위임을 제안했다. “나도 야구를 할 수 있고 구단도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은 백지위임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장님께 ‘야구를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3초 만에 ‘OK’의 대답이 돌아왔다”며 웃으며 백지위임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그는 올해 4억원에서 87.5%가 삭감된 5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자이언츠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구단이 자신에게 더 이상 두 자릿수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는 “구단에서 1년 더 야구 하라고 했을 때는 10승이나 15승 하라는 의미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후배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리적인 부분에 도움을 줘도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구단도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경쟁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은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는 “제 자존심도 있다. 후배들을 도우면서 제 자신과 싸울 것이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똑같다"며 "후배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느슨하게 해서는 안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그래야 후배들도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롯데 송승준 /OSEN DB
스스로도 이번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직구장에서 ‘아직은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크다. 그는 “마지막 스프링캠프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어차피 지금 의욕적으로 던져도 의미가 없다. 힘을 아껴놓았다가 사직구장에서 던져서 팬들에게 보여줘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말했다. 
일단 다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부상으로 인한 마무리는 원하지 않는다. 그는 “만약 다쳐서 재활이 길어지게 되면 그만둘 것 같다. 지금 마지막에 와 있기에 조금 늦더라도 끝까지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치고 현역 생활을 그만두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이 납득할 수 있을 때 현역생활도 그만두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무리다. 송승준은 “내가 경쟁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더는 안된다고 내가 납득하면 시즌 중간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그만둘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우승에 목마르다. 현역 연장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마지막 이유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우승을 해봤지만 롯데에서 우승을 못 해봤다. 현실적으로 우리 팀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야구공이 어디로 튈 지는 모른다. 한국시리즈를 못 올라가보고 은퇴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1년이라도 더 하게 되면 확률이 높아지니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년처럼 허무하게 지지 않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다보면 기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을야구 가면 또 보너스 경기다. 나와 팀 모두 그렇게 야구를 하고 싶다”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2020년 시즌의 포부를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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