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의 西 라리가, "FIFA! 눈 찢기는 차별 아닌 일상이야"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0.02.14 14: 30

외눈박이의 나라에선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란 말이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를 자부하는 스페인 라리가가 사실은 외눈박이들의 나라였다. 
축구계에 우리 상식과 다른 기준을 가진 이상한 나라가 있었다.
지난 9일 일본의 유망주 구보 다케후사는 2019-20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3라운드 마요르카-에스파뇰에 0-1로 패한 경기에서 소속팀의 다니 파스토르 체력 코치에게 인종 차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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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파스토르 코치는 경기 중 사이드 라인에서 웜업 중인 구보를 부르기 위해 자신의 눈을 옆으로 찢는 제스처를 보였다. 서양권에서 눈 찢기는 동양인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는 '갈고리눈'이라 불린다.
이번 사태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코치가 자기 팀 선수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종 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사건 이후 5일이나 흘렀지만 스페인 축구계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미국 'CNN'은 구보의 인종 차별 논란을 위해 마요르카와 파스토르 코치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양 측 모두 전화와 메일을 무시한 채 답변 없이 침묵만을 지켰다.
여기까지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사실 마요르카와 파스토르 코치의 잠수는 라리가 사무국이 구보 사태에 대해 내놓은 논평에 비하면 최소한의 염치를 아는 행동이었다.
CNN과 인터뷰는 라리가 사무국 관계자는 구보 논란에 대해서 "파스토르 코치의 제스처(눈찢기)는 인종 차별이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집중하고 있는 선수를 부르기 위한 일상적인 방법"이라고 답했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가 해당 기사를 전하자 일본 팬들 역시 들끌었다. 한 일본 팬은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조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라리가의 상위 조직이자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는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들고 있다. FIFA는 국가 대표팀 경기에서 나오는 인종 차별 행위에 대해 엄벌에 처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17년 11월 10일 한국과 친선전서 기성용과 말다툼 과정에서 눈을 찢었던 에드윈 카르도나(콜롬비아)를 들 수 있다. 그는 다음 날 경기 다음 날 콜롬비아 축구협회를 통한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콜롬비아 축구협회 역시  라몬 헤수룬 회장의 명의로 공문을 발송해서 "우리 선수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 사과 드린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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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IFA는 무관용 원칙을 들어 카르도나에게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인종 차별 논란 이후 대표팀에서 입지가 흔들린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카르도나뿐만 아니라 지난 해 12월 24일 바레인의 수비수 사예드 바케르는 상대팀 홍콩 관중을 향해 눈 찢기를 했다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실제로 개인의 무지나 일탈서 나온 인종 차별 행위는 쉽게 사라질 수 없다. 하지만 라리가처럼 한 분야를 대표하는 조직이 인종 차별에 대한 궤변을 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구보의 인종 차별에 대한 수준 낮은 대처로 라리가는 축구계의 '외눈박이'가 됐다. 하루 빨리 라리가가 두눈박이의 나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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