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도 못했던 20-20 해낸 허훈, '신개념 가드'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0.02.12 13: 12

허훈이 프로농구 역사책에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부산 KT는 지난 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개최된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91-89로 이겼다. 3연승을 달린 KT(21승 20패)는 5위로 올라섰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허훈이었다. 이날 허훈은 3점슛은 2/9로 부진했지만 확률 높은 2점슛(6/9)과 자유투 100%(6/6)를 기록하며 24점을 쏟아부었다. 마지막 공격권을 가진 허훈은 박형철의 수비를 따돌리고 끝까지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움이다. 허훈은 무려 21어시스트를 혼자 기록했다. 이대성(15어시스트)의 기록을 넘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기록이다. 허훈은 팀의 27어시스트 중 21개를 혼자 해냈다. KGC 전체의 어시스트 17개보다 허훈이 4개나 더했다. KT가 넣은 91점 중 허훈이 70%이상 관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23년 프로농구 역사상 득점과 어시스트로 20-20을 달성한 선수는 허훈이 최초다. 역대 한 경기 최다어시스트는 23개의 김승현이 갖고 있다. 허훈의 21개는 역대 2위에 해당된다. 한 경기 20어시스트 이상은 김승현(23개), 허훈(21개), 주희정(20개), 이상민(20개)까지 단 네 명만 달성했다. 그 중 20점을 함께 넘긴 선수는 허훈이 유일하다. 
김승현은 2005년 2월 9일 삼성전에서 23어시스트를 달성했다. 당시 김승현은 14점, 5리바운드, 23어시스트, 6턴오버, 5스틸을 기록했다. KT&G 주희정은 2008년 11월 17일 대구 오리온스를 상대로 8점, 8리바운드, 20어시스트, 3턴오버를 기록했다. 이상민은 KCC소속이던 2003년 12월 7일 전자랜드를 상대로 2점, 2리바운드, 20어시스트, 4턴오버, 3스틸을 기록했다. 허훈은 20어시스트 이상 달성한 선수 중 주희정과 함께 실책이 3개로 가장 적었다. 
‘농구대통령’ 허재도 현역시절 20-20은 달성한 적이 없다. 허재의 KBL 한 경기 최다득점은 41점에 달한다. 하지만 최다어시스트는 13개였다. 아들 허훈이 아버지도 못한 대기록을 작성한 셈이다. 
세계농구 흐름과 달리 KBL은 갈수록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이 떨어지는 추세다. 국내선수는 평균 10점만 넣어도 에이스 소리를 듣고 있다. 한국에서 여전히 ‘가드는 패스가 먼저’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마크 상황이 아니면 가드가 슈팅을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형 가드 허훈의 대기록 작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끈한 공격능력에 시야까지 만개한 허훈은 프로농구에서 전례가 없었던 ‘신개념 가드’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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