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中"..'지푸라기' 전도연, 칸의여왕→'기생충' 오스카 4관왕 반가운 이유 (종합)[인터뷰]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2.11 13: 46

배우 전도연이 신작 '지푸라기'와 수식어 '칸의 여왕', 그리고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주연 배우 전도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청불 범죄극 '지푸라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전도연과 정우성이 첫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윤여정, 배성우, 정만식, 신현빈, 정가람 등이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도연은 극 중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를 연기했다.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술집 사장 연희 앞에 모든 것을 청산할 수 있는 거액의 돈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난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헛된 희망을 이용하며 범죄의 큰 판을 짜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개봉 전 영화를 2번 봤다는 전도연은 "촬영 후 가편집으로 한 번 보고 '내가 이런 영화를 찍었나?' 싶더라. 그때는 내가 생각한 영화가 아니었다. 시간 교차가 많은 작품이라 더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언론시사회 때 영화가 싫으면 홍보를 어찌하나 싶기도 했다. 다행히 김용훈 감독이 원하는대로 잘 나온 것 같고, 나도 너무 재미있게 봤다"며 만족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블랙코미디로 느꼈다. 물론 김용훈 감독과 장르적인 이견이 있었지만, 완성본을 접한 뒤 많이 웃었다. 솔직히 본인 영화를 보고 웃거나 울기가 힘든데, 이 시나리오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정말 좋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도연은 '지푸라기'에서 영화 시작 후, 50분 뒤에 등장한다. "촬영 때도 중반부에 투입돼 첫 촬영 때부터 남의 현장 같더라. 게다가 첫 촬영을 늦은 밤 산속에서 진행해 더 낯설었다. 첫 촬영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했다"며 "그래서 정우성 씨와 찍을 때도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고, 오글거렸다.(웃음) '아~왜 밥 먹고 얘기하자'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애교도 많고 천상 여성스러운 애교를 안 부려 봤구나 싶었다.(웃음) 너무 너무 힘들었다. 내가 우성 씨와 첫 현장이었는데, 익숙한 연인 설정이었다. 그 신을 편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전도연은 "극 중 형사가 '엄청 예쁘네' 하면 바스트 샷으로 웃는 장면이 있는데, 찍어 놓은 뒤 이거 쓰지말자고 했다. 굉장히 민망하더라. 그 정도로 뭔가 그 신 자체가 힘들었다. 그동안 오며가며 우성 씨와 많이 봤는데, 실제로 연기하는 건 어색했다. 그러다 적응해서 '뭔가 재밌네~' 싶으니까 영화가 끝나서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칸의 여왕' 등 많은 수식어를 가진 전도연. 그는 지난 2007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연기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칸의 포문을 열었던 배우로서 스스로 프라이드를 가져도 될 것 같다"라는 말에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상도 받았는데, 고개를 숙였다. 난 갈길이 멀구나(웃음)"라며 겸손했다. 이어 "'밀양'을 찍고 나서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생겼고, 작품으로 채우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부담스러웠다.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채우고 있는가'라는 것에 대해서 갈증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칸의 여왕 수식어가 붙지만, 아직도 나 자신을 보면 부족하고 채워가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기생충'은 외국어(비영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거머쥐었다.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 작품상까지 석권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는 한국 영화 최초의 기록이자, 전 세계 영화사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각본상만 받았다고 생각해 '상이 너무 적은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4관왕이라고 하더라. 정말 놀랍다. '기생충'이 지난해 칸에서 상을 받았을 때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씨한테 축하 문자를 보냈다. 이번 아카데미는 어마어마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악' 소리도 안 날만큼, 그런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뭔가 기회가 열리고 있구나, 누군가는 그 일을 하고 있구나' 싶다. 예전에 내가 상을 받았을 때도 '계속 길이 열리는 구나'라고 했다더라. 우리에게 항상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에 길이 열리는 것 같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배우들도 좋은 작품으로 갈 수 있고, 길이 열린 것 같다"며 축하와 동시에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봤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넘어 한국 배우들의 연기상에 대해서도 "이제 꿈을 꿀 수가 있다. 사실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는데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난 꿈을 꾸는 배우가 됐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윤 선생님과 아카데미를 가야죠"라며 "꿈을 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실 현실화 되긴 쉽지 않다. 그래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나도 꿈꾸는 여배우다. 이제 꿈을 꿔 보려고 한다"며 특유의 미소를 보였다.
이와 함께 전도연은 "난 유쾌한 사람인데 그동안 작품적으로 가둬놨다. 만약 '생일'을 홍보 하러 나왔는데, 지금처럼 유쾌한 모습으로 하면 안 되니까 그랬다. 날 잘 아는 사람들은 코미디 영화를 잘 할 것 같다고 얘기한다. 이번 상대역 정우성 씨와도 다음에 만나면 멜로도 좋겠지만 코미디를 하고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오는 2월 19일 개봉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현지에서 진행된 특별 상영 GV의 전석이 매진되는 등 이목이 집중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영화를 관람한 해외 유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잇따른 초청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또,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 hsjssu@osen.co.kr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