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非영어 최초 작품상x봉준호 감독상·4관왕..92년만 新역사 '기염' (종합)[2020 아카데미]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2.10 14: 46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101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여기에 외국어(비영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으로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아카데미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한국 시간으로는 10일 오전 10시부터 TV조선을 통해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안현모 통역사의 진행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박명훈,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레드카펫 행사에 등장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이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주요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완전체로 등장한 것은 아카데미가 처음이다. 초반에는 '지하실남' 박명훈이 강한 스포일러 때문에 홍보에서 빠졌고, '오스카 레이스' 단계에서는 몇몇 배우가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망의 아카데미에서는 '기생충' 완전체가 레드카펫을 밟아 의미를 더했다.
'기생충' 팀은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아카데미 레드카펫에 입장했고, 수많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조여정의 당당한 애티튜드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한진원 작가는 스마트폰에 '기생충' 포스터를 띄우고 자랑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차지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차지했다.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되고, '기생충'에게 첫 트로피를 안긴 부문은 각본상. '기생충'은 시상식 전부터 강력한 각본상의 주인공으로 점쳐졌다. 앞서 제72회 미국 작가조합상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 각본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치솟았다.
이날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을 꺾고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이자, 아시아 영화 최초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 한국의 첫 오스카 트로피"라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대사를 멋지게 표현해주는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진원 작가는 "봉준호 감독과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도 충무로가 있다"며 "나의 심장인 충무로에 계신 영화 관계자들과 나누고 싶다. 충무로의 모든 필름 메이커들, 스토리 텔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기생충' 이하준 미술감독이 후보에 오른 미술상은 아쉽게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게 돌아갔다. 양진모 편집감독이 노미네이트된 편집상도 '포드 V 페라리'가 차지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국제장편영화상은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기생충'이 가져갔다. 앞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생충'은 '문신을 한 신부님' 얀 코마사, '허니랜드' 루보미르 스테파노브, '레미제라블' 래드 리, '페인 앤 글로리'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을 제치고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이 상의 카테고리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 바뀐 첫 번째 상을 받게 돼 더더욱 의미가 깊다.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며 수상소감의 운을 뗐다.
또한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모든 배우와 멋진 스태프들이 이 자리에 있다. 사랑하는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이정은, 박소담, 멋진 배우들"이라며 '아카데미'에 함께 한 '기생충' 스태프들을 모두 호명했다. 끝으로 그는"멋진 아티스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 모든 비전을 실현시켜준 바른손과 CJ, 네온에게 고맙다. 오늘 밤 취할 준비가 돼 있다. 내일 아침까지"라며 재치 있는 멘트로 마무리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차지했다.
이날 봉준호는 감독상을 수상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는 한국 영화 최초이다. '아이리시맨'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 토드 필립스, '1917'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등을 꺾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거장들과 경쟁했다.
이번 봉준호의 감독상은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 이후 두 번째로 아시아계 감독의 수상이다.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어렸을 때 내가 영화 공부할 때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그 말을 하신 분이 책에서 읽었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하신 말이다"라며 객석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어 그는 "내가 학교에서 마틴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는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저희 영화를 아직 미국의 관객들이나 사람들이 모를 때 내 영화를 리스트에 뽑아준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이 계신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샘 모두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감독들인데 오스카 측이 허락한다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개로 나누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시 "오늘 밤 취할 준비가 됐다. 내일 아침까지"라고 밝힌 소감을 한번 더 인용하며 "모레까지 취하겠다"고 말해 특유의 재치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차지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대망의 작품상까지 차지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작품상 후보에는 총 9편이 올랐고, '기생충'은 '1917', '아이리시맨', '포드 V 페라리',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과 대결했다.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이자 '비영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1955년 이후 64년 만에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가 됐다.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이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감격했다.
무대 위의 불이 꺼지자, 객석에 앉아 있던 할리우드 배우들은 "다시 불을 켜라"고 외치면서 수상소감을 더 듣고 싶어했다. 이때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앞으로 나섰다. 
이미경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의 유머 감각을 존경한다. '기생충'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특히 한국 관객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저희의 꿈을 지원해주신 분들과 형제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해 주신 덕분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기생충'은 작품상(Best Picture 봉준호·곽신애), 감독상(Directing 봉준호), 각본상(Original Screenplay 봉준호·한진원), 국제장편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 미술상(Production Design 이하준), 편집상(Film Editing 양진모)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으로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그날 현장에 집중하면서,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 밖에 남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가 차지했다. '노예 12년'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서 제작자로 수상의 기쁨을 누리긴 했지만, 배우로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여우조연상은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이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 여우주연상은 '주디'의 르네 젤위거가 받았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앞서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 미국 배우조합(SAG) 앙상블상, 작가조합(WGA) 각본상, 미술감독조합(ADG) 미술상, 편집자협회(ACE) 편집상,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 최우수 국제영화상 등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한편,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매년 주최하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은 1927년 처음으로 AMPAS가 설립됐고, 1929년 제1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지난 한 해 미국 LA에서 일주일 이상 개봉작을 대상으로, 9천 명이 넘는 회원들이 직접 투표해 수상작을 결정한다. 한국인 회원은 임권택,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임순례,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하정우, 배두나 등 약 40명이다. 세계에서 한국 영화 위상이 높아지면서 회원수도 늘어났다.
한국 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1963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처음으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했다. 이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6),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이준익 감독의 '사도'(2015),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 등이 그 뒤를 이었지만,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지만, 5편을 뽑는 최종 후보에는 들지 못했다. 지금까지 '버닝'의 예비후보가 한국 영화의 최고 성과였지만, 단 1년 만에 '기생충'이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르고 트로피까지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영화사 57년 만의 쾌거이자, '기생충'의 모든 행보가 최초의 기록인 셈이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리스트
▲작품상-'기생충'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 '조커'
▲여우주연상-르네 젤위거 '주디' 
▲남우조연상-브래드 피트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여우조연상-로라 던 '결혼 이야기'
▲감독상-봉준호 감독 '기생충'
▲각본상-'기생충' 봉준호 감독·한진원 작가
▲각색상-'조조 래빗' 타이카 와이티티
▲촬영상-'1917' 로저 디킨스
▲편집상-'포드 V 페라리' 마이클 맥커스커 외 1명
▲미술상-'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바바라 링 외 1명
▲의상상-'작은 아씨들' 재클린 듀런
▲분장상-'밤쉘' 비비안 베이커 외 2명
▲음악상-'조커' 힐더 구드나도티르
▲주제가상-'로켓맨' '(I'm Gonna) Love Me Again'
▲음향편집상-'포드 V 페라리' 도널드 실베스터
▲음향효과상-'1917' 스튜어트 윌슨 외 1명
▲시각효과상-'1917' 기욤 로셰론 외 2명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기생충'
▲장편애니메이션상-'토이 스토리4' 조시 쿨리 외 2명
▲단편애니메이션상-'헤어 러브' 매튜 A. 체리 외 1명
▲단편영화상-'네이버스 윈도우' 마샬 커리
▲장편다큐멘터리상-'아메리칸 팩토리' 스티븐 보그너 외 2명
▲단편다큐멘터리상-'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 캐롤 다이싱거 외 1명
/ hsjssu@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카데미 시상식 2020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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