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롤챔스] 손대영-정노철, 색다른 그들의 리빌딩 방정식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0.02.09 06: 44

스포츠에서 팀을 리빌딩 하는 방법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코칭스태프'의 색깔에 따라 팀의 색체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까지 LCK 트렌드에서 보기 힘들었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팀이 있다.
지난 2019 LOL KeSPA컵 당시만 해도 한국의 G2로 불렸지만 앞으로 어떤 수식어를 들을 지 궁금해지는 팀이다. LCK 무대에서는 정답에 가까웠던 EU 메타도 이들의 시도 앞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승리'라는 대명제를 움켜줘야 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다른 팀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길을 선택한 한화생명의 손대영 감독과 정노철 코치, 이들의 색다른 리빌딩 방정식을 들어봤다. 
한화생명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T1과 1라운드 경기서 풀세트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큐베' 이성진이 1세트 세트로 종횡무진 협곡을 장악했고, 3세트에서는 '하루' 강민승이 올라프로 전장을 지배하면서 팀 개막전 승리를 일궈냈다. 

이날 한화생명의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선수였던 '비스타' 오효성을 선발 원딜 포지션에 배치했다. 첫 LCK 출전인 신예를 원거리 딜러 포지션에 기용한 것 부터가 파격이었다. 오효성은 지난해 LCK 최고 원딜이었던 '테디' 박진성을 상대로 당당하게 맞대결을 펼치면서 멋진 데뷔전을 치렀다. 
이뿐만 아니라 '큐베' 이성진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과 '하루' 강민승의 놀라운 캐리력까지 기대 이상의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경기 후 만난 손대영 감독과 정노철 코치는 팀 개막전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올 시즌 한화생명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는 각오를 밝혔다. LPL 시절 EDG와 아이메이(현 블리블리 게이밍)에서 관계를 맺었던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팀을 구상하는 방식부터 의견이 일치하자 리빌딩은 일사천리였다. 선수 영입 뿐만 아니라 시즌 중 팀이 보여줄 전략적 색깔까지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졌다. 
손대영 감독은 "첫 경기를 승리해 만족스럽다. 상황에 맞춰,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여러 전략 가용이 가능한 팀으로 만드는 목표다. 야구로 예를 들면 스위치 타자나 유틸리티 포지션, 농구에서는 스윙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이 시도를 잘 따라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노철 코치 역시 "재미있게 한 경기였다. 원하는 스타일대로, 생각했던 경기력이 나왔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감독님이 먼저 다가와 주셨는데, 그 당시에도 서로 생각하는 방향성이 잘 맞았다"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손대영 감독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손대영 감독은 "정노철 코치가 기대보다 더 영리하다. 내 역할은 정노철 코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LCK 첫 경기라 부담될 지 알았는데, 경기장에 오기 전에 부담감이 거짓말 처럼 사라졌다. 사실 이상하리 만큼 준비하면서도 기대가 됐다. 원래 경기가 불안하면 역전 당하거나 패한 적이 많았는데, 잘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나서도 선수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교체하지 않았다. 경기력에서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선수들이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변화로 가닥을 잡은 만큼 두 사람이 그리는 청사진 또한 남달랐다. 기존 한화생명의 기조인 '내부 육성'외에도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보였다. LCK와 LPL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노철 코치는 "감독님 지휘하에 다들 행복하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예전 즐겁게 했던 기억까지 떠오를 정도"라며 "팬 분들께서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꼭 보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손대영 감독은 "목표는 '재미있는 팀을 만들자'다. 게임 자체가 '재미'를 추구하는데 선수들의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는 것 보다 멋진 팀으로 '모두 즐기면서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한화생명도 정말 지원을 많이 해주신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간에 넘어지더라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계속 좌절했던 한화생명은 '지금'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팀이지만 '미래'를 선택한 상황에서 손대영 감독과 정노철 코치가 추구하는 색다른 리빌딩 방정식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보여질지 주목 되는 이유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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