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 연기 부담"..이병헌이 말하는 '남산의 부장들'(종합)[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0.01.16 16: 02

"실존 인물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이런 감정을 연기해 보고 싶었다."
이병헌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우 이성민, 이희준과 호흡을 맞춘 소감과 함께 실존 인물을 연기한 어려움 등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날 이병헌은 완성된 ‘남산의 부산들’을 본 소감에 대해 “기술시사회 때 처음 보고 ‘영화 되게 웰메이드 영화’라고 했다. 잘 만든 영화라고 했다. 확실히 긴 시간 후반 작업이 있으니까 영화가 되게 잘 나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영화를 찍고 나면 객관성을 잃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어떻다고 이야기하기 그렇다. 같이 참여한 사람으로서. 분명했던 것은 영화도 완성도 있고 배우들 연기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나도 늘 몸부림치면서 최선을 다하력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15일 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극중 이병헌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했다. 헌법보다 위에 있는 권력의 2인자로서 언제나 박통의 곁을 지키던 인물로, 옛 동료이자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박통 정권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기 시작하면서 갈등과 고민에 빠진다.
이병헌은 여전히 논쟁적인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둔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서 “부담감은 있지만 사실 영화를 선택할 때 이야기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내가 연기할 캐릭터를 보고 한다. 이런 감정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섬세한 심리를, 그리고 인물간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서 그런 것에 매력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김규평 캐릭터에 대해서 “일단 기본적으로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것 자체에서 그 안에서 놀자고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이해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안 하고 시나리오에서 그려진 대로 그 안에서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정말 왜 그랬는지는 여전히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이야기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극중 실존 인물의 외적인 모습이나 말투 등을 연기로 가지고 오지는 않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연기에 녹여냈다. 김규평은 극중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머리를 쓸어 올리는 행동을 자주하는데, 이에 대해서 “일단은 실제 영상을 보는 중에 법정에서의 모습들이 있다. 당연히 제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자란 긴머리를 계속 넘기는 모습을 봤다. 머리 한 올이 내려와도 견디지 못하는 예민함과 어떻게 보면 때에 따라서는 영화상에서는 감정적으로 되게 예민해졌을 때나 신경질적인 느낌이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들 참고했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대한민국 권력의 1인자 박통 역을 맡은 이성민, 박통의 존재를 신념처럼 여기고 충성하는 경호실장 곽상천 역할을 맡은 이희준과 자주 부딪히며 촬영한 이병헌. 특히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극중 김규평과 곽상천이 대립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이병헌은 이 장면에 대해서 “되게 엉망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읽을 때도 촬영 어떻게 해야 하지 했다. 보통의 액션처럼 합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서로 붙들고 늘어져라 하는 상황이라 대사도 엉키고 극도의 흥분 상태이기 때문에 엉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엉망이었다. 엉망인 상태 자체로 좋아하셨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다시 한 번 인생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세심한 눈빛과 표정 연기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갈등, 고민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유독 클로즈업 장면이 많은데, 눈빛의 흔들림 하나 만으로도 김규평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런 연기에 대해서 이병헌은 “교차 편집되는 극장 시퀀스가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에 대사 한 마디 없는데 진짜 아주 극단적인 감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제정신이 아닌 느낌이고, 그런 내 안에 내 자신과 싸우는 느낌을 대사도 없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 시퀀스가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이병헌은 “클로즈업이 많고, 명암이 들어가는 장면이 많다 보니까 얼굴이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 보이더라”라고 덧붙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익히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건인 10⋅26 사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이미 사건에 대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데는 배우들의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배우들이 연기로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
이병헌은 “사실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고 근현대사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다 아는 건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겉으로만 알고 있는 사건에 깊숙하게 카메라가 들어가서 그 감정의 결들을 세심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영화보다도 그런 지점 때문에 섬세한 연기, 심리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병헌은 클로즈업 장면을 통해 그 인물들의 농밀한 심리를 표현해냈다. 그는 “클로즈업이 많은 작품에서는 내가 뭔가를 보여주려고 할 때 거부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실제랑 다르다. 직접 사람을 만나서 봐도 그 사람의 감정을 못 읽을 때가 있는데, 정말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기분만 가지고 있어도 관객들에게 전달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배우들이 느끼는 신기한 마술 같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 감정과 그 기분을 가지려고 애를 쓰면 극단적인 클로즈업에서는 충분히 관객에게 다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관객들이 느끼는 거부감이 정말 크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병헌은 ‘배우가 인물과 닮음을 연기했다’는 우민호 감독의 말에 대해서는 외모의 싱크로율이 아닌 심리 상태와 감정을 닮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병헌은 “그 인물과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의 싱크로율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 그 인물이 가지는 감정 상태와 심리와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은 최대한 닮으려고 애를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나 다큐멘터리와 실제 영상들, 그리고 여기 저기서 들은 증언들이나 이런 것들까지 다 도움이 됐다. 내가 실제 그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어째든 간에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지점이 있었다. 내면적인 심리 상태나 감정을 닮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외적인 싱크로율에도 많은 공을 들인 이성민의 변신에 대해서는 감탄했다. 이병헌은 “나는 처음에 이성민 배우와 연기를 하기 전에 집무실에서 처음 그 그림을 봤다. 이성민 배우를 그린 그림. 정말 누구인지 몰랐다. 실존 인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이성민 배우더라. 그 그림을 보고 ‘헉’ 했던 느낌”이라며, ‘어떻게.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실제로 촬영자에서 처음 봤을 때도 되게 놀라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도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놀라워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이 다시 한 번 장르물에서 진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병헌은 특히 영화 ‘달콤한 인생’ 속 인물의 감정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사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이 영화 안에 있는 감정들이나 정서가 가장 닮은 것은 ‘달콤한 인생’이지 않나 생각했다. 충성과 배신과 애증의 여러 가지 감정이 주를 이룬다. 그런 신, 감정들을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본선 진출에 대해서 축하, “큰 힘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국내 배우들 중 할리우드 진출을 이끌어낸 1호 배우로 꼽히고 있고,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 영화인으로서 기쁜 일.
이병헌은 “지난 10~11월에 LA에 있었다. 그때 영화 관계자들 만나면서 기생충에 대한 그쪽 업계 사람들에 대한 온도는 굉장히 뜨거웠다. 이거는 정말 본상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지금 본상의 수상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 정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한국 영화 이제 101년이 됐는데, 뭔가 기념비적인 사건이 생기면 그걸 발판으로 뭔가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앞으로 또 뭔가 하는 후배들에게는 되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seon@osen.co.kr
[사진](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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