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박정민X정해인, 알을 깨고 나온 반항아들의 웃픈 성장담[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2.11 10: 32

 배울 게 없어 고등학교를 자퇴한 고택일(박정민 분)과 우상필(정해인 분)은 자신들에게 시비 거는 사람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는 ‘우주 최고’ 반항아다. 낭랑 18세지만 술과 담배는 기본이요, 검정고시 학원비로 산 중고 오토바이는 옵션이다.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철없는 아이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제공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은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난 택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상필이 거친 현실을 맛보는 과정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영화 ‘글로리 데이’(2016)의 각본 및 연출을 맡았던 최정열 감독의 3년 만의 복귀작.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화했는데 택일이 서울을 떠나 살게 된 도시, 택일 엄마의 이름,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부 장면들을 통합하거나 삭제한 것을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웹툰의 스토리와 동일하게 흘러간다.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하루 하루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 데다, 배구선수 출신 엄마(염정아 분)에게 뺨을 맞는 게 두려운 택일은 달랑 만 원 한 장 들고 지겨운 서울 바닥을 뜬다. 가출이 아닌 ‘외출’이라고 강조한 택일은 일명 ‘핵주먹’을 자랑하는 주방장 이거석을 만나 난생 처음으로 번듯한 직장을 갖고 월급 봉투를 손에 쥔다.
예고편을 통해 짤막하게 공개된 대로 배우 마동석과 박정민의 케미스트리가 초중반 웃음을 책임진다. 이들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어찌나 신선하게 웃긴지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기 일쑤. 웹툰 속 코믹한 장면이 스크린으로 옮겨져 원작의 팬들에게 즐거운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반듯한 이미지를 가진 정해인이 욕설을 하고 폭력을 일삼는 모습은 캐릭터 변신을 알리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여러 영화에서 거친 액션을 도맡았던 마동석은 ‘시동’에서 신개념 액션 스타일을 선보이며 식상함을 타파했다. 맞는 것에 나름대로 단련이 됐다는 박정민은 맞는 장면마다 각각 차별성을 두고 새로움을 배가했다.
영화 스틸사진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택일과 상필의 일상이 뻔하지만 긍정할 수밖에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원작을 살렸지만 ‘시동’은 10대의 반항성과 순수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이다. 뻔한 설정들 사이에서도 10대를 지나왔을 뭇관객들에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만 후반부에 택일과 상필에게 쌓였을 오해가 풀어진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가족을 떠나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 속에서 삶을 고민하는 아이들. 정신적으로 각자의 문제에 봉착한 택일과 상필은 방황을 하면서 현실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온다. 겉멋만 들었지 내면은 연약한 두 아이들은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그렇게 성장해 자신이 있을 곳을 깨달았다.
‘시동’은 거석, 택일, 상필의 왁자지껄 팀 플레이를 통해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그린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 없던 그들이 현실에서 방황하고 그것을 통해 깨우치면서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개봉 12월 18일. 러닝타임 102분./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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