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이 아빠' 신문성, 대학로에서 '동백꽃'까지 만개한 존재감 (종합)[인터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12.03 18: 48

"'동백꽃 필 무렵'이요? 정말 모두에게 '기적 같은 작품'이죠". '까불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모두를 가슴 졸이게 한 배우 신문성이 대학로부터 '동백꽃 필 무렵'까지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신문성은 3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동백꽃'은 편견에 사로잡힌 동백(공효진 분)이 시골 남자 황용식(강하늘 분)의 폭격 같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백과 용식의 로맨스는 물론 정겨운 시골을 배경으로 한 옹산 사람들의 훈훈한 정, 살인마 '까불이'의 정체를 찾아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까지 복합적으로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 신문성은 작품 후반부에 극 중 옹산 청년 박흥식(이규성 분)의 아버지로 등장했다. 특히 그는 하관만 보이는 미스터리한 등장으로 인해 '까불이' 용의자로 몰리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까불이'에 얽혀 활약하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배우 신문성. /jpnews@osen.co.kr

이와 관련 그는 "저는 이 작품에서 중간에 투입됐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도 말씀하시는 게 똑같다. 이런 작품을 한 게 행운이었다고. 저로서는 갑자기 받은 꽃다발 같은 느낌이었다. 배우들이 많은 작품을 하지만 솔직한 얘기로 좋은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운데 다들 작품이 좋은데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까지 너무 좋다고 하는 게 평생에 몇번 있을까 얘기한다. 그런데 '동백꽃'은 그렇다. 평생 갈 것 같다"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문성은 "중간에 투입됐는데도 이 작품이 왜 잘 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태프들과 배우들 호흡이 다들 밝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밤 늦게 찍거나, 실수하는 장면이 있어도 스태프들이 '편하게 해, 오케이'라고 여유있게 대응해줬다. 작품 일정에 따라 의도치 않게 스태프들도 쪼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고 여유있게들 하시더라. 그 편안함 때문에 배우들도 스태프들 분위기가 있으니까 더 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배우 신문성. /jpnews@osen.co.kr
또한 그는 "연출들이 현장 분위기를 꽉 쥐고 있지 않고 여유있게 했다. 보통 연출들이 소통을 할 때 모니터 앞에서 무전기로 배우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동백꽃' 연출들은 어린 배우가 연기할 때도 직접 배우들에게 다가와서 조용하게 디렉션을 전달했다. 또 명령하듯 하지 않고 '저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배려하듯 말해줬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세심한 배려들에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가운데 신문성은 '까불이'의 정체에 대해 열쇠를 쥔 인물로 활약한 터. 그는 "마지막까지 '까불이' 정체는 비밀로 했다"며 "제 정체가 공개된 뒤 '까불이'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저를 다르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배우로서 그런 부분에서 크게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맨 마지막 대사가 '그런게 걔가 괴물이면, 내가 키운 거 아니겠니'라는 말이었다.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지만, 그 말이 흥식이 아버지로서 모든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대본을 보면서 그런 부분들에 울컥했다. 캐릭터들이 다 부모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라며 "그게 진짜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 대한 감성들이 모든 대사들에 담겨 있었다. 덕분에 특별히 무리하지 않더라도 쉽게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신문성은 "'동백꽃'은 제게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드라마 마지막 회 소제목이 '기적 같은 소리'다.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모두에게 '기적 같은 작품'이었다. 종방연 때 배우들도 이구동성으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고두심 선생님부터 공효진까지 '평생,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배우 신문성. /jpnews@osen.co.kr
그러나 이처럼 기적 같은 작품을 만나기까지 신문성의 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불과 19세의 나이에 연극반을 하다가 대학로로 나왔다는 것. 신문성은 "그때 연극반 선배가 배우 김원해였다"며 "원해 선배가 저를 대학로로 데리고 나오셔서 같이 작업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는 저보고 '꼬맹이'라고 불렀다. '막내'라고도 안 부르더라. 극단 객원 멤버로 활동하다가 두 군데를 거쳐서 부산도 다녀왔고 이제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곳에서 2003년부터 정착했다"고 연기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다들 아시듯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금전이 안 되는 그 작업에서 배우로서 내가 느끼는 게 있다. 그 안에서 내가 배우로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뭔지 살폈다"며 "결국 경험인데, 버티는 게 작업인 것 같다. 그러면서 연기를 잘한다기 보다 연기를 조금씩 깨우치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먼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반을 매일 보면 그 위에 먼지가 있는 줄도 모르지 않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 어느 날 갑자기 보면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그런 것처럼 내 안에 연기가 늘어난 순간을 기다리면서 버텼다"며 웃었다. 그는 "어느 순간 대본을 보는데 내가 편하게 읽고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예전에는 나도 모르게 긴장하면서 어떻게 할 줄을 몰랐는데 편하게 읽는 날 발견하면서 내 안의 '먼지'가 쌓였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신문성에게 2002년 촬영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였다. 신문성은 "영화를 촬영하고 연기를 더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배우 이정은 누나가 '카메라 울렁증이 고민이었는데 어느 날 내가 카메라 밖을 의식하고 있는 걸 알았다'고 말한 인터뷰를 봤다. 그 말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도 그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그렇기에 지금의 그는 카메라 안의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동백꽃'을 통해 그런 편안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배우로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며 '동백꽃'처럼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만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는 신문성의 행보를 응원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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