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가 없다”..韓영화관→디즈니 왕국으로 만든 ‘겨울왕국2’[Oh!쎈 초점]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9.11.30 19: 05

‘겨울왕국2’가 국내 영화관을 ‘독식’했다. 영화관에 가면 엄밀하게 말해 ‘겨울왕국2’ 외에 선택지가 없는 실정이다. 이 영화 외에는 볼 영화가 없다는 게 아니라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신에게 괜찮은 시간에 선택할 영화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는 이날 전국에서 상영된 스크린 수가 무려 2343개였다. 물론 ‘겨울왕국’ 1편이 천만 관객을 기록했을 만큼 흥행에 성공했고 2편이 팬들의 기대 속에 개봉, 개봉 첫날 6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개봉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1편의 기록을 경신할 대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겨울왕국2’가 이처럼 ‘역대급’ 기록을 내는데는 물론 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 작품성이 전제가 되지만 압도적인 스크린 수가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겠다. 
‘겨울왕국2’ 개봉 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던 영화 ‘블랙머니’는 개봉 첫날 스크린 수가 1006개였다. ‘겨울왕국2’에 비해 반도 되지 않은 스크린 수였다. 2위를 하고 있던 ‘신의 한 수: 귀수 편’(940개)과 스크린 수를 더해도 ‘겨울왕국2’ 스크린수에 못 미쳤다. 3위를 하던 ‘82년생 김지영’ 스크린 수(630개)까지 추가해야 ‘겨울왕국2’를 겨우 이길 수 있다.
그 정도로 ‘겨울왕국2’는 개봉 첫 날 영화관 대부분의 스크린을 점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봉한 지 1주일이 넘은 현재도 스크린 수는 2000개 가까이 된다. ‘겨울왕국2’가 영화관 스크린을 ‘독식’한다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나를 찾아줘’는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영화. 하지만 개봉 첫 날 스크린 수는 단 875개였다. ‘겨울왕국2’ 스크린 수의 반도 안 되는 스크린 수였다. 
‘나를 찾아줘’가 입소문을 타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스크린 수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아도 정작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관객이 찾는 영등포 한 영화관 상영시간표를 보더라도 ‘겨울왕국2’가 12개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개봉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나를 찾아줘’는 불과 1개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있을 뿐이다. 거기다 ‘나를 찾아줘’는 하루 동안 단 9번만 상영한다. ‘겨울왕국2’는 다양한 시간에 50번 이상 상영되고 있다. 
이 정도면 ‘겨울왕국2’를 관람한 관객도 다시 영화관을 찾았을 때 ‘겨울왕국2’ 외에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극장가에서 선택지가 없는 현 상황과 관련, 결국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은 지난 22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 기자회견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시장의 공정성을 호소한 것.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블랙머니’ 극장 좌석 수가 97만석에서 37만석으로 줄었다. 스코어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하루만에 줄었다”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미국의 경우는 '겨울왕국2'가 상영관이 전체의 30%를 넘기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kangsj@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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