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리상점' PD "생리대 전량 기부, 故설리와 가장 많이 애기했던 것"(인터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11.28 18: 01

"‘청담소녀’의 생리대 제품은 제작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었던 ‘설리’의 이름으로 전달됩니다."
'진리상점' 제작사 SM C&C 측은 28일 "시즌2의 오픈을 앞두고 故 설리의 참여로 기획 중이었던 여성위생용품전문브랜드 ‘청담소녀’의 자체제작 생리대 제품 전량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생리대 기부는 고 설리의 이름으로 진행된다. 제작부터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냈던 그를 기리기 위함이다. '진리상점' 연출을 맡았던 김지욱 PD는 이날 OSEN과 전화 통화를 통해 설리의 이름으로 생리대를 기부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먼저 김지욱 PD는 생리대를 제작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김 PD는 "설리 씨와 '진리상점'에 대해 상의하면서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게 여성용품 제작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시즌 2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천연 생리대였다. 설리 씨는 여성용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래서 이후 시즌에서도 이와 관련된 걸 계속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 설리는 지난달 14일 '진리상점' 시즌 2 방송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참여로 만들어진 생리대는 시즌 2에 맞춰 정식 판매될 예정이었다. 설리는 지난 6월 자신의 팬미팅에서 관객 전원에게 이 생리대를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황망한 죽음으로 시즌 2는 영영 볼 수 없게 됐고, 이에 '진리상점' 측은 생리대 전량을 기부하기로 했다.
김지욱 PD는 "시즌 2의 핵심인 천연 생리대는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설리 씨가 갑작스럽게 떠났다. 설리 씨는 생전 '진리상점'과 생리대 기부를 계획했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저소득층 청소년, 여성에게 준비된 생리대 전량을 기부하기로 했다. 협업을 진행했던 후원사 '청담소녀' 측도 이해해주셨다"고 밝혔다.
설리는 생전 속옷 착용과 시선 강간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졌다. 이 같은 그의 행보는 매번 이슈가 됐고, 갑론을박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설리는 멈추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진리상점'과 함께 준비했던 생리대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었다.
김지욱 PD는 "설리 씨와 사전에 여러 얘기를 나눴다. 저도 함께 생리대를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다. 생리대에는 셉(SAP)이라는 흡수체가 들어 있다. 저희가 준비했던 생리대는 SAP이 없는 것이었다. 콘셉트 자체가 흡수는 잘 안 되지만 건강한 생리대였다. 평소 여성 건강에 관심이 있던 설리 씨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부를 통해 설리 씨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설리에게 '진리상점'은 자신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 중 하나였다.  김지욱 PD는 "설리 씨가 '진리상점'을 하기로 했을 때, '팬'들을 언급했었다. 그 한 마디 때문에 '진리상점'의 콘셉트를 소통으로 잡게 됐다. 설리는 팬이 아닐지라도, 자신을 아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 시즌 1에서는 설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리얼리티를 만들려 했다. 그 과정에서 설리는 소소하게 하나씩 이뤄가고 만들어가는 부분을 좋아하고 신기해했었다. 시즌 2에서는 본격적으로 설리의 생각을 보여주려 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지욱 PD는 설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지욱 PD는 "'진리상점'을 하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큰 미팅을 세 번 정도 진행했다. 아마 '진리상점'에 출연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을 거다. 당시 설리 씨가 활동을 쉬고 있기도 했고, 리얼리티도 처음이었다. 설리 씨는 함께하기로 한 후부터 전부 다 믿어줬다. 제작 PD인 저한테는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진리상점'이 공개되고 나서, 꽤 이슈가 많았다. 과감한 내용도 많았고.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설리 씨는 말 한마디 한 적 없다. 믿어줘서 참 고마웠다. 되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고인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OSEN DB, '진리상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